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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 금연"먼나먼 길"-31일「세계 금연의 날」계기로 알아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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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흡연의 직·간접원인으로 발생한 질병이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세계적으로 연2백50만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기에다 흡연자의 담배연기로 인해 주위사람들이 겪는 간접흡연의 피해, 환경오염, 경제적 손실까지 합하면 흡연으로 인한 피해와 손실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오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제4회 「세계금연의 날」. 담배연기 없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담배의 폐해로부터 인류를 구하자는 취지 하에 제정됐다.
올해의 주제는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시설에서의 금연」. 70년대 이후 주류연(흡연자가 일단 폐속으로 흡입한 뒤 내뿜는 연기)보다는 부류연(흡연자가 들고 있는 담배자체가 타 들어가면서 공기 중에 직접 확산되는 연기)이 인체에 더 해롭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WHO가 최근 세계 각국의 실내금연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1백66개 회원국 중 1백개국(60%)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백40개 도시와 지방이 통학버스, 경양식당, 개인작업장 등에서 흡연이 규제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16세 이하의 청소년을 위한 각종 시설, 승강기에서의 흡연규제와 공공장소에서의 담배판매행위도 금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12월부터 공중위생법시행규칙에 「흡연구역 지정」조항을 신설, 의료기 관·사회 복지 시설·공항·여객 부두·철도역·버스정류장 등 교통관리시설의 대합실 및 50석이상의 좌석을 가진 교통수단에서 흡연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 시·도지사가 공중위생관리상 흡연구역지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곳이면 흡연구역을 따로 정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금연운동이 초기의 단순한 「담배를 끊자」는 데서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에 초점을 맞추게된 것은 흡연이 주위의 비흡연자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
지난86년 미국 공중위생국은 간접흡연이 비흡연자에게 폐암을 비롯 여러 질병원인이 되며 단기간의 노출에 의해서도 눈·코·목의 자극, 감기·두통·근육통 등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담배연기 속에는 일산화탄소·니코틴·타르 등을 포함해 4천여개의 화합물질과 40여개의 발암물질이 혼합돼 있는데 주류연보다는 부류연에 유독한 물질이 휠씬 많아 비흡연자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컨대 암모니아는 주류연보다 부류연에 73배나 많으며 발암물질인 피렌이나 벤조피렌 같은 미림자성분도 각각 3.6배, 3.4배 더 포함하고 있어 담배연기로부터 비흡연자를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홍보부족과 국민들의 낮은 인식으로 공공지역에서의 금연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경지하철역의 경우단속이 심했던 지난 4월에는 매일 10여명이 적발돼 2만5천원의 벌금을 물기도 했으나 최근 시국사건 등으로 단속이 소홀해지면서 흡연자도 눈에 띄게 늘고있는 실정이다.
금연운동을 펼쳐온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총무는 『법제정 이후 흡연자가 줄긴 했지만 아직도 공공장소에 재떨이가 그대로 놓여져 있는 곳이 많다』며 적극적인 계도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담배판촉·광고규제, 미성년자흡연·담배자판기 규제 등의 내용을 포괄하는 금연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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