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 판매 '비상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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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수성 위기=지난해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은 인도를 차세대 시장으로 지목했다. 인도에서 연간 30만 대를 생산하는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상트로(국내명 아토스)가 베스트 셀러로 자리 잡자 장밋빛 전망을 했다. 5년 전부터 당시 최신형 차를 투입하고 인도 최고 영화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였다.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18.2%로 인도 마루티(일본 스즈키와 합작사.50.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인도 타타자동차(17%), 4위는 일본 혼다(5.3%)였다.

그러나 올 들어 전세가 달라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혼다가 1억5000만~2억 달러를 들여 인도에 연산 20만 대 규모의 제2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혼다의 인도 생산량은 연 30만 대로 늘어난다. 도요타도 2009년까지 신형 소형차 모델을 연 15만 대씩 만들 계획이다. 또 올해 신형 준중형차 코롤라를, 내년엔 아반떼와 경쟁할 소형 세단 야리스를 투입한다.

프랑스 르노자동차는 인도 현지업체 '마한드라'와 합작 생산에 나서 600만원대 가격의 '로간'을 판매할 계획이다. GM은 경차 스파크(한국명 마티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BMW와 폴크스바겐도 인도 생산 거점을 마련 중이다.

◆러시아 시장 지각 변동=러시아 수입차 시장을 2004~2005년 2년간 석권했던 현대차는 지난해엔 미 포드 자동차와 일본 도요타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노조 파업으로 차가 제때 들어가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현대차에 선두를 내준 뒤 현지에 공장을 짓고 전략 차종인 야리스, 신형 코롤라, 신형 캠리를 잇따라 출시해 역전에 성공했다.

또 GM은 러시아에 독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고, 르노는 모스크바시와 합작으로 공장을 지어 1만 달러 안팎 가격의 로간을 2005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현대 속도' 감속하나=중국 시장에서 현대차(베이징현대)는 발 빠른 투자와 시장 확대로 판매 성장률 1위(점유율 6.8%)를 기록했다. '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약진했다. 그러나 도요타(일기도요타.5.2%)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일기도요타는 베이징현대를 따라잡기 위해 중국 내 생산 능력을 50만 대에서 2010년까지 90만 대로 늘릴 예정이다. 또 수입차 10만 대를 포함해 100만 대를 중국에 팔아 시장점유율을 1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델별 판매 랭킹 3위인 아반떼를 겨냥해 코롤라를 지난해 하반기 출시했다.

GM은 2004년부터 3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포드는 10억 달러 규모의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게다가 중국 기업은 자체 브랜드의 개발에 열을 올리는 등 '현대속도' 앞에는 지뢰밭이 도처에 깔려 있는 상황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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