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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에 도둑시장 성업(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쿠웨이트서 뺏은 전자제품 산더미/대학도서관엔 장서 갑자기 늘기도
이라크 바그다드시내 타리르광장부근에는 아랍말로 「도둑시장」을 뜻하는 「수크하라미아」라는 노천시장이 성업중이다. 정오가 되면 수천명의 이라크인들이 몰려들어 산더미처럼 쌓인 TV·스테레오·비디오등 전자제품을 들추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는다. 이 물건들의 대부분에는 아직도 쿠웨이트 수입상의 이름이 적힌 딱지가 부착되어있다.
최근 쿠웨이트에서 약탈된 물건들이 바그다드를 가득 채우는 바람에 이곳의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
도둑시장의 상인 대부분은 그들이 이 물건들을 전쟁발발 이전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상인은 한국 삼성의 신품 비디오를 포장상자에서 꺼내면서 이 물건은 바그다드에서 산 물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디오의 옆면에는 쿠웨이트 수입상 아리스톤의 상표가 그대로 부착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수크하라미아는 전자제품을 사려는 이라크인들에게 소니의 단파 라디오로부터 배꼽춤을 보여주는 쿠웨이트 비디오테이프까지 온갖 종류의 물건을 제공한다.
그곳에는 쿠웨이트 전화회사의 고유 제작번호가 붙은 전화기와 일본제 무선전화기가 굴러 다닌다.
바그다드시내 한 중고상품시장의 상인 아델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기간중 수많은 외국인들이 물건을 팔러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라크인들이 모든 물건을 훔쳐온 것은 아니다. 훔친 물건을 들고 오는 사람들은 외국인,주로 쿠웨이트인 가정의 하인으로 일하던 아시아인들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그는 『어쨌든 쿠웨이트는 이라크의 일부가 아니냐』면서 자신들의 장물 거래를 합리화했다.
쿠웨이트에서 이곳에 흘러들어온 물건들이 소비자들을 즐겁게하는 반면 중고품 취급상들은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예를 들어 비디오가격은 예전의 절반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쿠웨이트로부터의 약탈품은 도둑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쿠웨이트 번호판을 붙인 수백대의 자동차가 바그다드시내를 돌아다니고 있고 타크리트대학교의 도서관에는 갑자기 장서의 숫자가 늘어났다.
유엔은 이번주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대한 배상비로 얼마만큼의 석유수입을 내놓아야할지 그 규모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같은 배상의 대부분은 쿠웨이트 유정 방화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는데 국한되고 있다.
그러나 쿠웨이트의 일반 국민들이 이라크인들에게 빼앗긴 스테레오·자동차·가정용품등의 배상문제는 아직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배상 절차는 수년을 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 관리는 말한다.
반환대상중 가장 중요한 것은 9억3천만달러상당의 쿠웨이트 중앙은행 소유 금괴·금화,그밖의 큰 덩치로는 쿠웨이트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었던 회교예술작품들과 12만4천권의 서적,쿠웨이트항공소유였던 15대의 비행기가 있다.
한편 이같은 이라크인들의 쿠웨이트 재산약탈에 관해 일부 이라크인들은 수치감을 표시하기도 한다.<런던 d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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