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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필체 기설이 것 아니다”/김씨 분신 가족이 의문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가까웠던 큰 누나 언급없고/주위선 “영정사진 미리 준비”
『불과 열흘전에 집에와 「결혼을 해야겠다」고 얘기했던 기설이가 분신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기설이의 죽음에 대해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있었지만 부모형제로서 의문점이 너무 많은데다 더이상 젊은이들의 희생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설이의 분신배경을 철저히 밝혀주도록 호소하기로 했습니다.』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26)의 분신을 둘러싸고 검찰과 전민련의 주장이 팽팽해 맞서고 있는 가운데 24일밤 김씨의 아버지 김정렬(50)와 둘째자형 김용기씨,셋째누나 부부 등 4명이 김씨 분신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김씨 가족들은 24일밤 중앙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밝히고 유서대필 공방과 관련,『분신당일인 8일 유서를 보는 순간 평소 보아오던 기설이의 글씨와 너무달라 이구동성으로 「기설이의 글씨가 아니다」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특히 죽음을 앞두고 부모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유서를 흘림체로 썼다는 것은 평소 김씨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의 글씨체와 비교할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또 『유서중에 평소 가장 가깝게 지냈던 큰누나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는 점도 납득이 안간다』고 했다.
가족들은 『지난해 10월 김씨가 가장 따르던 큰누나 집에서 2백50만원을 몰래 가져간 이후 양심의 가책때문에 한번도 큰누나 집에 들르지 못하고 종종 전화를 걸어도 입을 떼지 않고 있다가 그냥 끊곤 했다』며 『유서를 썼다면 큰누나에게는 반드시 마지막 말을 남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누나들은 특히 『기설이가 분신 10일쯤전에 집에 와서 「곧 결혼을 해야겠다」고 말했었다』고 밝히고 『분신을 앞둔 사람이 어떻게 결혼이야기를 진지하게 꺼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족들은 이밖에 지난해 5월 김씨가 동료들에게 맞아 8주의 중상을 입고 뇌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며 분신이 당시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김씨는 당시 아들이 입원중인 병실 주변에는 청년 3명이 서성거렸으며 가족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청년들이 다가가 『사건에 대해 입을 열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더라는 얘기를 옆침대 보호자로부터 듣고 그들을 붙잡아 파출소로 가던중 놓쳤으며 그후 기설씨는 누구에게 왜 맞았는지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 김씨는 기설씨가 뇌수술 직전 가족들에게 『이번에 살아서 나가면 운동권에서 빠지겠다』고 약속했으나 퇴원후에도 운동권 생활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또 가족들은 분신전날인 7일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에 기설씨의 여자친구라는 사람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기설이형이 내일 어버이 날인데 찾아뵙지 못할 것 같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한 뒤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며 죽기 전날밤인데도 직접 전화를 걸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은 이밖에 분신당일 영안실에 놓였던 영정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김열사가 5월4일 죽음을 준비하려고 찍은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여러사람이 김씨의 분신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김씨의 분신사건은 지난해 5월 폭행사건으로부터 수사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모든 의문점을 명백히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이수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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