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이상 고온」소동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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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북한의 핵시설이 있는 영변지역 주위의 지표면 온도가 섭씨 35.7도까지 일시적으로 급상승했다는 수산진흥원 해양자료센터의 원격탐사 결과(NOAA-11 인공위성자료분석) 발표로 한때 국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파문이 일어났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대(서울), 수산진흥원(부산), 기상청기상연구소(서울), 국방과학연구소(진해)등 4곳에서 미국해양대기국(NOAA)이 운영중인 NOAA-9,10,11호의 자료를 매일 수신하고 있으며 서울대와 수산진흥원의 인공위성자료 수신 및 처리 시스팀은 미국의 Sea Space/Tera Scan system으로 같은 것이다.
영변지역의 섭씨 35도 이상 고온 현상에 대해 그 동안의 기상 관측 결과를 토대로 한 기상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2시 당시 그 주위 지역이 섭씨 10∼15도로 평상시와 다름없는 기온이었음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35도 이상의 온도 분포는 존재하지 않았고 이는 인공위성의 자료를 수신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원인으로 잘못 인식될 수도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첫째, 인공위성자료를 수신할 때는 안테나가 설치된 수신소와 연구하고자 하는 목표 지역에 대한 위성의 고도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위성의 고도가 60도 이상이면 매우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적어도 목표 지역의 고도가 30도 이상은 돼야 믿을 만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30도 이하의 자료는 수신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지난14일 오전2시30분쯤 NOAA-11호가 지나간 경로와 지상을 주사한 최대 영역을 표시한 궤도의 지도를 보면 영변 지역은 경로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14일 오전 4시쯤 다시 통과한 NOAA-1l호의 궤도를 보면 부산과 영변에 대한 위성의 고도는 각각 27.13도 ,42.83도로 수신소에 대한 고도는 나쁘지만 목표지역에 대한 고도는 42도로 좋은 조건이었다. 따라서 영변지역은 오전 4시쯤 자료가 더 좋은 조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립수산진흥원은 이때 수신을 하지 않았다. 서울대의 경우 수신소에 대한 인공위성의 고도가 38.8도였고 목표 지역인 영변의 고도는 42.83도였으므로 자동적으로 자료가 수신됐다.
따라서 14일 오전 2시30분쯤의 자료는 수신 당시의 고도가 좋지 않아 자료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둘째, 위성 자체의 결함이 있을 수 있다. 이 수신 시스팀은 낮과 밤에 따라 서로 다른 알고리즘으로 해수의 표면과 지상의 온도를 구하는데 낮에는 NOAA-11에 장착된 초고분해능복사계의 가시 영역 채널 2로 구름 외 존재 유무를 판단하고 채널 4와 5의 조합으로 표면온도를 얻고 방에는 채널 2가 불가능하므로 채널3과 채널4의 차이로 구름을 판단한다. 엷은 구름이 덮여 있을 경우 구름의 영향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워 이때 구한 온도가 지표면 온도를 실제로 나타낸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채널3의 자료는 여러가지 기술상의 문체로 야간에 있어서는 그 신빙성이 문제가 되곤 했다. 따라서 야간의 자료를 온도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오차가 나타날 여지가 있다.
셋째, 인공위성 자료의 처리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해석을 할 때는 실측치와의 비교는 물론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분석자와 해석자 사이에는 자료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서울대해양연구소가 수신해 분석한 자료를 종합검토 해 본 결과 영변지역에 이상 고온 현상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정종율<서울대해양연구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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