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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인물 중심 창당 … 선거 때 이합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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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해는 17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여당에선 당을 해산해 새로운 당을 만들려는 논의가 한창이다. 선거 때만 되면 없던 정당이 생기고, 있던 정당도 없애 새롭게 변신한다. 우리나라 정당은 왜 창당과 해산이 잦은 걸까. 정당은 어떻게 만들며 어떤 경우에 해산되는지 정당의 기능과 우리나라 정당의 특징을 공부한다.

◆정당이 하는 일=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 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기 위한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정당법에 규정돼 있다.

따라서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직이나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 또는 정책으로 이뤄진 정강을 갖추지 못하면 정당이라 볼 수 없다. 정당의 기능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이익과 의사를 집약해 정책으로 제시하거나, 여론을 형성하고 조직화해 표출한다. 또 여당은 행정부를 구성해 국민의 의사를 모아 정책을 집행하며, 야당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를 감시한다. 당의 이념과 정책을 선전하는 과정에서 당원과 국민을 계몽하고, 국정을 수행할 대표자를 배출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구성과 형태=정당은 당 대표와 간부.당원 등으로 이뤄지는데, 주요 구성원은 국회의원이다.

정당의 조직은 수도에 위치한 중앙당과 광역시.도에 소재한 시.도당으로 이뤄진다.

정당은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대개 당을 이끄는 구성원에 따라 간부 정당과 대중 정당으로 나뉜다. 간부 정당은 소수 지도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공직을 원하는 사람이 모여 정치자금을 스스로 부담하며 선거에 나선 19세기형 정당 형태를 말한다. 대중 정당은 선거권이 대중에게 주어진 20세기에 생겼는데, 노동자와 농민 등 하위 계층이 만든 정당에서 유래했다. 당원은 정치 활동에 참여하며 당비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 정당은 당비를 내는 기간당원제 운영 등 외형적으로는 대중 정당의 모습을 갖췄다. 하지만 특정 정치 지도자와 추종 세력이 주도해 만든 간부 정당의 형태를 띠어 태생적.구조적 한계 때문에 대중의 지지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탄생과 소멸=정당이 성립하려면 일정 요건을 갖춰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야 된다. 중앙당은 5개 이상의 시.도당을 확보해야 하고, 시.도당은 1000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 한다.

정당이 소멸하는 경우는 먼저 구성원의 결의로 자진 해산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때 당 대표는 즉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정당 등록이 취소돼 없어질 수도 있다. 시.도당의 수와 당원 수 등 법정 등록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거나, 최근 4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 또는 지방 선거 등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에 해당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유효 득표 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얻지 못해도 등록이 취소된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이 정하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판결했을 때도 해산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헌법재판소가 정당 해산을 결정한 사례는 없다.

◆문제점과 극복 방안=우리나라 정당의 가장 큰 문제는 수명이 짧다는 데에 있다. 선거를 앞두고 지도자의 정치적 야심에 의해 정당이 수시로 만들어졌다가 실패한 뒤 사라지기 때문이다.

백승현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당법이 제정된 1963년 이후 115개의 정당이 생겼는데, 평균 수명은 3년27일에 그쳤다. 최장수 정당인 민주공화당(1963~80)도 17년5개월 존속했으나, 이는 양당제가 정착된 미국의 민주당 215년, 공화당 153년에 비하면 턱없이 짧다. 의사 결정 방식도 지도자가 권위적으로 정당을 지배하는 구조여서 상향식 결정이 어렵다. 그래서 정당이 인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지지 기반도 연고주의와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우선 정당 구조를 민주화해야 한다. 당내 조직 운영과 대외 활동을 투명하게 하고, 당직도 대의기관에서 민주적으로 선출할 필요가 있다.

또 인물 중심이 아닌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 국민의 지지를 얻고, 당원을 결속시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각계 각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와 다양한 인물을 영입해 전문성과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

백승현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

◆ 생각키우기

①우리나라의 정당을 아는 대로 들어요.

②민주 국가에서 정당은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나요?

③정당을 만들기 위한 요건과 절차를 공부하세요.

④정당이 해산되는 경우를 세 가지만 설명해요.

⑤정당이 시만단체나 이익집단과 다른 점은?

⑥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에서 여당과 야당의 구분 기준은 각각 무엇인가요?

⑦민주 국가에서는 보통 둘 이상의 정당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복수정당제를 채택하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⑧선진 국가의 정당과 비교되는 우리나라 정당의 특징을 세 가지 이상 들어 설명하세요.

☞정당 수명이 짧고, 인물 중심으로 운영되며, 지역 정당의 특색을 띤다.

⑨우리나라 정당이 수명이 짧은 주된 이유는?

☞잦은 이합집산 때문에 수명이 짧은 우리나라 정당의 현실을 만평으로 풍자해도 좋아요.

⑩우리나라 정당은 국민 지지도가 낮은 편인데, 이렇듯 정당이 본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만 제시해요.

☞정당 조직 기반의 취약성, 정통성 미흡, 정책의 결핍성, 정치자금 불건전성 등.

⑪미국의 외교 전문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는 지난해 4월호 특집 '오늘은 있지만, 내일은 없는 것'에서 2040년께 사라질 제도 1순위로 정당부터 꼽았어요. 그 이유가 무엇일지 추측해 600자로 약술하세요.

⑫우리나라 정당 정치의 특성과 한계를 지적하고 바람직한 개혁 방안을 1200자로 논술하세요.

※참고하세요=2006년 11월 8일자 2면("이제는 실험 마감해야 한다"), 2007년 1월 1일자 8면("3~4월께 통합신당 창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고생 교실(www.necpr.go.kr/intro/mid/index.asp)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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