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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담보로 돈 빌리기 쉬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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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 상반기부터 상업.법인등기를 할 때 상호나 이사 이름을 로마자로 표기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업이 동산이나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대법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등기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로마자 등기 허용=현행 '등기부 기재 문자에 대한 사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상업.법인 등기부엔 상호나 등기이사 이름을 한글이나 한자로만 표기하도록 돼 있다. 로마자로 표기된 상호.이름의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법원은 내년 4월께부터 로마자로도 표기해 공시할 수 있도록 '상호 및 외국인 성명의 등기에 사용할 수 있는 문자 등에 관한 예규' 초안을 마련했다. 예규가 확정되면 상호나 이사 이름을 한글로 기재하되 괄호 안에 로마자나 한자.아라비아숫자.부호 등을 병기할 수 있게 된다.

◆채권.동산 담보 등기제도 신설=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채권.동산의 양도를 등기로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기업이 채권을 담보로 활용하기 위해선 민법상 채권발행자의 승낙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 또 금융감독위원회에 채권 담보를 등록하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이 제도를 사용하기 어렵다. 동산 담보의 경우도 제3자가 소유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이중 양도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때문에 활용이 거의 안 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판사 5명으로 '특수등기연구반'을 만들어 채권 및 동산의 양도를 등기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업이 채권이나 동산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지금보다 원활히 조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사 상호 판단 객관화=대법원은 유사 상호에 대한 통일된 판단 기준을 담고 있는 '유사 상호의 판단기준에 관한 예규'를 올 상반기 중 제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현행 상법(22조)과 비송사건 절차법(164조)은 '동일한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동일한 영업을 하기 위해선 타인이 등기한 것과 명확히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그 판단을 관할 등기소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유사 상호 여부가 등기 업무 담당자 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결정돼 상호 등록을 지연시키고 기업 활동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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