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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총선/과열속 폭력으로 얼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힌두교 우익 BJP가 우세/제2 연정구성 불가피할듯
18개월동안 계속돼온 인도의 「선거정국」을 수습할 하원(록사바)총선거가 20일 실시됐다.
종교분쟁과 뿌리깊은 계층간의 갈등으로 인해 자칫 대규모 선거폭력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20일에 이어 23,26일등 3일에 걸쳐 지역별로 「분리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하원의 총의석은 5백45석이지만 최근 9명의 입후보자가 피살되는등 선거폭력이 만연되고 있는 아삼주와 펀잡주는 6월로 선거가 순연됐고 분리독립운동이 치열한 카슈미르주는 아예 선거를 실시하지 않기때문에 이번에는 5백7명의 의원만을 선출한다.
3백여개의 군소정당들이 각기 후보를 내세우는등 총 8천5백여명의 입후보자가 나서 극심한 선거과열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9명이 사망,2개월전 선거운동이 시작된후 총 1백6명이 선거와 관련,목숨을 잃었다.
이같은 선거의 혼란상과 유혈사태는 「세계최대의 민주주의」로 불리는 인도의회정치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89년 11월 네루가의 집권 3대를 구가하던 국민의회당의 라지브 간디 전총리가 선거에서 과반수의석확보에 실패,총리에서 물러난뒤 인도정국은 예산 한번 제대로 세울 수 없는 무력한 연정속에 빠져 들었다.
아삼 인민회의·드라비다진보동맹·테르그레삼 등을 규합,국민전선(NF)을 출범시킨 자나타 달당의 비슈와나트 프라타프 싱 총재가 신임총리로 취임했으나 힌두교사원건립을 둘러싸고 힌두교부흥주의정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과 충돌,집권 11개월만에 물러나야 했다.
집권 자나타 달당에서 분당,사마지와디 자나타당(사회주의 인민당·SJP)을 창당한 찬드라 셰카르의원이 최대당인 국민의회당의 지원을 받고 과도 내각수반에 올랐으나 후원자인 라지브 간디 전총리를 비밀사찰한 사실이 드러나 4개월의 「단명총리」로 끝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라마스와미 벤카타 라만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의회를 전격해산하고 총선실시를 천명했다.
이번 총선에서 단연 두각을 보이고 있는 정당은 힌두교 우익정당인 BJP다.
BJP의 랄 크리시나 아드바니총재는 간디정부로부터 우대조치를 받아온 회교도들에 대해 「평등대우」를 공언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네루가 도입했던 사회주의경제제도를 쇄신,과감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해 국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동유럽공산정권의 몰락으로 인도의 사회주의가 뚜렷한 동요의 조짐을 보이는데다 중산층의 성장으로 그동안 억제돼온 소비재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때보다도 큰 상황이어서 BJP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더구나 라지브 간디 전총리가 스웨덴의 보들스사로부터 무기를 구입하면서 5천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폭로되고 정치적 무능까지 입증된 상태여서 BJP의 상대적 입장강화가 더욱 부각된 상태다.
그렇다고해서 BJP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라지브 간디의 국민의회당의 지지기반이 아직도 뿌리가 깊고 아울러 BJP의 「힌두교 제일주의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는 계층이 만만치 않게 저항하고 있어 BJP에는 장애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격주로 발행되는 뉴델리의 인디아투데이지는 국민의회당이 2백33석,BJP가 1백55석,싱 전총리가 이끄는 국민전선연합이 1백5석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결국 선거후에도 제2의 연정구성이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연정구성→불협화음→연정붕괴→과도내각수립→의회해산→총선실시의 악순환고리가 또다시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9억인구의 인도가 종교·계급갈등을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세계최대 민주주의국가」가 되기까지는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있는 셈이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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