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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다가온 '인간 업그레이드'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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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특이점이 온다

원제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

레이 커즈레일 지음, 김명남 외 옮김, 김영사, 840쪽, 3만5000원

세계적 석학이 쓴 미래예측서다. 미래학 서적은 지은이가 관건이기 마련이다. 예측의 정확성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단 합격점이다.

지은이는 미국 발명가 명예전당에 오른, 우리 시대 가장 탁월한 발명가 중 한 사람이다. 인쇄문자를 컴퓨터로 읽어줘 시각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혁신이란 찬사를 들은 '커즈레일 읽기 기계'와 그랜드 피아노의 음색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커즈레일 신디사이저'를 발명했다. 또한 기술과 인류 문명의 미래에 관한 세 권의 책을 쓴 미래학자이기도 하다. 그만큼 미래, 특히 과학기술의 미래를 예측할 만한 자격을 갖췄다는 의미다.

그가 보는 미래는 온통 장밋빛이다. 20년 안에 나노봇(나노 크기의 로봇)을 활용해 장기를 수선하고 교체할 수 있게 된단다. 단지 영양 섭취를 위해 음식을 먹는 일이 드물어질지 모르며 뇌혈관 속에 수많은 나노봇을 심어 지능이 끝간 데 없이 확장될 것이라고 한다. 사망 원인의 90%를 차지하는 심장발작, 뇌졸중, 암, 간질환 등 퇴행성 질환의 정복은 물론 심지어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에 심어 '영생(永生)'도 가능할 것이란다. DNA 돌연변이, 유독성 세포 생성 등 7가지 요소를 제어함으로써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은 당연하겠다.

이런 꿈 같은 미래는 GNR(유전공학.나노 기술.로봇공학) 혁명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세 분야의 기술발달이 상호 상승작용을 하여 21세기의 기술발달은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200세기에 걸친 발달분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다.

지은이가 이를 위해 제시하는 개념은 '수확가속의 법칙'이다. 기술, 특히 정보기술은 시간에 비례해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한다는 법칙이다. 예컨대 기술이 해마다 10%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첫 해 10%, 이듬해 20%, 그 이듬해 40%씩 발달한다는 주장이다. 한 예로 전화와 휴대전화를 든다. 19세기 후반에 발명된 전화가 널리 사용되기까지 반 세기가 걸린 반면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휴대전화가 일반에 확산되는 데는 10년 밖에 안 걸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장가능한 자원엔 한계가 있어 기하급수적 성장이 무한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맬서스주의자들의 비판이 그런 것이다. 지은이는 자신감이 있어서인지 책 말미에 각종 반론을 모아놓고 재반론을 덧붙였다. 이를테면 반도체의 성능이 약 2년 만에 2배로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은 열처리 등 때문에 10년 정도면 한계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3차원 분자연산 방식이 집적회로 방식을 대체해 컴퓨터의 성능은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또 그에 따르면 3차원 분자연산방식은 이미 연구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기술발달에 따라 필연적으로 '가속적으로 발전하던 과학이 폭발적 성장의 단계로 도약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이 온단다. 지은이는 수학이나 천체물리학에서 쓰던 개념을 빌어와 이를 '특이점'이라 부르며 가까이 시기에 닥친다고 결론짓는다. 그 때가 오면 패턴 인식 능력과 언어 능력 그리고 자기설계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등장해 문명은 생물학적 인간들의 손을 벗어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천 권의 SF를 탄생시킬 것이라 자부하는 이 책은 이르고 늦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방향은 맞다는 것이 비평가들의 얘기다. 그런 만큼 기업가.과학자들은 물론 미래에 관심있는 이들이 놓치기 아까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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