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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화행사"속빈강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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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청소년의 달 기념」을 앞세운 갖가지 문화행사와 공연들이 즐비하지만 청소년들은 여전히 문화예술의 향기를 즐길 시간도 관심도 없다. 청소년들의 갖가지 비행과 탈선으로 사회가 들끓을 때마다 미래의 주인공들의 메마른 정서와 빗나간 가치관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지만 매년 5월 한달「반짝 쇼」로 끝나기 일쑤인 청소년 문화예술의 현장은 한마디로 속빈강정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예술세계로 이끌 수 있는 방안을 강창일(국립극장)·이철순(예술의 전당)·홍은종(세종문화회관)·이해노(국립국악원)씨 등 주요공연장 관계자들의 도움말로 알아보고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해 제대로 준비된 공연의 예를 소개한다.【편집자주】
5월에 접어들면서 문화부는 청소년의 달을 기념하는 여러가지 문화행사들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특별히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어도 단지 이 시기에 한다는 이유만으로「청소년의 달 기념」이란 말을 붙인 공연이 흔하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교사가 인솔하는 단체관람 등의 방법으로 어쩌다 한번쯤 공연장나들이를 하는데 이처럼 무성의하게 펼쳐놓은 공연물에서 흥미나 감동을 느껴 또다시 공연장을 찾아가는 자발적 문화가족이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예음홀·세종문화회관·예술의 전당·국악원·극립극장 등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레코드·영상음악 감상회처럼 청소년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보기 드문 문화현장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제공할만 하면서도 그들이 솔깃해서 즐길만한 공연의 내용과 형식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앞을 다투어 몰려들만한 갖가지「문화상품」을 사시사철 제공하려는 문화예술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아쉽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입시전선에서 잠시도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는 학교도 문제다. 지난 4월 학교별 요청만 있으면 세종문화회관 산하 공연단체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가 무료 공연하겠다는 공문이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 보내졌는데도 이런 방문공연마저 요청한 학교가 단 한군데도 없었다.
특히 중·고생들은 수업이 저녁 늦게 끝나기 때문에 학교측이 공연감상을 수업의 일부로 여겨 단체 관람토록 협조하지 않는 한 웬만한 공연에는 참가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교사들은『입시에 직접 도움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보내면 학부모들이 항의한다』면서『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각별한 이해와 사명감 없이는 청소년들을 문화예술의 세계로 이끌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녀의 예술교육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걸림돌이 되기 십상인 부모들이 올바른 인격 형성과 풍요로운 정서 생활을 위해 공연 감상 경험을 포함한 예술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것이 급선무다.
졸업·입학·생일 등 특별한날 부모가 자녀에게 좋은 공연 입장권, 각종 공연단체의 정기회원권, 고전 명곡 음반, 공연예술 전문지 등을 선물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가족단위의 공연장 나들이는 특히 좋은 방법.
단순히 예능과목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는 믿을만한 기관·단체들의 음악·무용·미술 등 실기강좌라든가 방학을 이용한 각종 공연예술캠프에 참가토록 하면 훨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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