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맞이 불교종단 법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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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1일의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대한불교 조계종을 비롯한 각 불교종단은 일제히 봉축법어를 발표, 부처님의 자비광명정신으로 세계에 평화가 가득하고 우리민족에도 화합의 대도가 열릴 것을 축원했다.
◇서의현 총무원장(대한불교 조계종)=지금 세계는 미증유의 갈등과 혼란을 겪고있다. 나라안 사정 또한 개인·집단간의 이기와 투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런 혼돈과 갈등은 모두공존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나만을 아끼고 나만의 이익을 도모하는 소시민적 자가당착을 벗어날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 우리는 지금 화해와 자비로 온누리를 평등한 이상세계로 펼치느냐, 아니면 반목과 질시로 파멸의 길을 걷느냐 하는 극단적인 민족적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부처님이 일깨우심에 따라 잊혀진 마음의 고향을 되찾는 일,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에게 지워진 절실한 과제다.
◇안덕암 종정(한국불교태고종)=오늘의 인류사회는 진리의 물로 씻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자기만의 이익을 챙기면서 남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욕심과 이기주의, 윤리와 도덕의 타락, 부정과 비리, 폭력의 악순환, 날로 확산돼 가는 생명경시 풍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는 부처님의 슬기와 지혜·이성적 결단력으로 모든 죄악의 악순환고리를 과감히 끊어버려야 한다.
현실생활이 아무리 모순에 차있고 불만을 가져다주더라도 순리를 따라 질서 속에서 변화와 개혁을 이룩해야 하며, 특히 부모임으로부터 받은 고귀한 목숨을 함부로 다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남대충 종정(대한불교천태종)=오늘의 세계인류는 나날이 발전하는 기계문명 앞에서 인간의 인간다운 존엄성과 인간으로서의 정신적 가치들을 상실 당하고 있다.
3계 우주가 모두 평하지 않다. 지구촌에는 평화가 오지 않고 있으며 걸프전쟁이 끝났다지만 집 없고 옷 없고 먹을 것 없는 수많은 인간들이 질병을 치료할 의약도 없이 죽어 가는 광경을 우리는 보고 있다.
성탄절을 맞아 인간 권리의 기본이 되는 부처님의 인존사상이 더욱 천명·고양돼야 할 것이며, 국가적 정치·경제의 안정 속에 남북의 융화통일이 이룩되고 나아가 동양과 세계의 평화가 널리 펼쳐져야 하겠다.

<"생명이 곧 부처님">
◇배신 총인(대한불교진각종)=오늘날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연오염·공해·생명경시 풍조 등은 우리인간의 깊은 어리석음과 실수를 나무라는 부처님의 준엄한 설법이다. 자연의 파괴는 곧 우주질서의 파괴요, 부처님에 대한 도전이며, 바로 인간의 공멸을 부르는 크나큰 재앙인 것이다.
우주의 삼라만상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는 없으며 모두가 서로 돕고 조화로써 의지하지 않으면 안될 공동 운명체다. 너와 나, 우리와 우리, 인간과 자연이 하나이고 우주가 그대로 하나의 생명체며 그 생명이 곧 부처님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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