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고 세상에 눈 떠 잊혀지는 것 안타까울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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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은 종철이 사건을 몰라요. 정부가 책임지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데 자꾸 잊히기만 하네."

'종철아 잘 가거라, 아버지는 할 말이 없데이'라는 말로 유명한 고(故) 박종철씨 아버지 박정기(78.사진)씨는 막내아들의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말문을 열었다.

20년 전 1월 14일, 그날의 기억은 박씨에게 생생하다. "대공분실 사람들이 찾아와 '서울로 갑시다'고 하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고. '아들이 철조망(휴전선)을 넘어 도망갔나 보다' 생각했지."

이들을 따라 남영동 대공분실에 가면서 박씨는 점차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종철이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 지 하루가 지나 수사관은 "조사를 하는데 갑자기 '억' 하고 죽었다"고 말해줬다. 아들을 잃고 언론 보도로 진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소박한 지방 공무원에서 민주화 투사로 변신한 것이다. 그는 사건 직후 정년퇴임을 하고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박씨는 "386 세대가 정치를 잘해야 하는데 미비한 점이 많아요. 민주화운동의 의미와 문제가 개인적 욕망과 정략적 이유 때문에 뒤로 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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