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사택촌 을씨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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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광산지역 사택촌이 폐허화되고 있다.
89년부터 석탄산업합리화에 따라 폐광이 잇따르면서 광원들이 속속 떠나 사택들이 흉가로 변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
주인을 잃은 사택은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어 지붕이 날아갔거나 문짝 하나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
사택촌 골목에는 광원들이 이주하기 전 내다버린 연탄재와 방에서 뜯어낸 벽지·문짝들이 널려져 있어 황량함을 더해주고 있다.
광원사택이 텅빈 것은 폐광 사택촌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광업소의 경우도 마찬가지 작업조건이 열악하고 임금수준도 낮아 이직이 늘어나는 데다 새로 광원으로 취업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 태백시에는 현재동해·우성·보성·태영 탄광 등 폐광된 4개 탄광 사택촌 4백22가구 중 갈곳을 찾지 못한 전직광원 2백5가구를 제외한 2백22가구가 비어있다.
이와 함께 어룡광업소 5백4가구 중 3백46가구, 장성광업소 4천5백63가구 중 3백61가구 등 정상가동 되고 있는 8개 광업소 9천3백65가구 중 12%인 1천1백69가구도 비어있다.
태백시와 광업소측은 탄광촌의 빈집들이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남아있는 주민들에게도 불안심리를 주기 때문에 철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사택촌이 대부분 광업진흥공사에 근저당 설정돼있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광진공에서는 그 동안 몇 차례 공매처분을 시도했으나 매입자가 없어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광업소에서는 낡은 사택을 헐고 새집을 지을 계획도 구상하고 있으나 석탄산업이 사양화한데다 광원확보도 어려워 광진공·광업소 당국 모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
태백시 관계자는『빈』사택들은 지어진지 오래 된데다 지난 1∼2년 동안 관리를 하지 않아 다시 사용하기는 어렵다』며『주민들의 불안심리를 없애고 정주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태백=이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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