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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유럽서 갈수록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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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화감독 임권택에 대한유럽 영화계의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유럽 각국은 잇따라 임감독 작품 상영회를 마련, 매스컴의 찬사를 끌어내며 유럽 영화팬의 마음에 임감독의 존재를 심어주고 있다.
또 지난달엔 독일의 현역감독이 임감독의 문하를 자청, 내한해 임감독의 연출현장을 따라다니고 있다.
네덜란드는 오는 3l일부터 6월13일까지 암스테르담·헤이그·아른헴 등 3개 도시에서 「한국영화일 임권택 감독주간」을 순회 개최한다.
네덜란드에서 한국영화주간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임감독 개인으로서는 89년11월 프랑스 낭트영화제, 지난해6월 독일 뮌헨영화제에서의 「임권택 주간」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상영작품은 87년 강수연양이 베네치아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씨받이』를 비롯, 『 아다다』『길소뜸』『만다라』『티켓』『안개마을』『족보』등 7편.
7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의 작품들로 임 감독에게 영화작가로서의 도약을 가능케 한 것들이다.
이중 분단된 나라의 이산가족의 절절한 아픔을 그린『길소뜸』은 뮌헨영화제 기간 중 BR3TV를 통해 서독전역에 방영돼 당시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던 독일국민들 사이에 커다란 공감의 방향을 일으켰었다.
요즘 임감독이 연출중인 『장군의 아들2』로케장에서 일하는 독일감독 볼프 가우리츠(37)는 바로 뮌헨영화제에서 임감독의 작품을 접하고 내한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임감독의 작품세계엔 유럽감독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동양의 사상이 충만해있고, 그안에서도 임감독 특유의 정신세계가 신비롭게 깃들여있다』고 말하고있다.
가우리츠는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아래서 영화수업을 시작했고『U보트』로 잘 알려진 볼프강 페러슨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했으며 자신의 연출작도 발표한 독일의 신예감독이다.
임감독은 스스로 말하듯「인본주의」를 그의 영화사상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이 사상을 호흡이 긴 정적인 앵글 속에서 포착해 화면에 중후한 분위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나중에 다이내믹한 감동을 맛보게 한다.
빠른 장면전개와 스토리랠렁(이야기 전달)에 급급하는 미국영화와는 연출기법을 본질적으로 달리하는 셈인데, 유럽영화계는 바로 이점을 평가해 임감독을 일급 영화작가로 받들고 있다.
임감독은 현재 동학2대교주 최시형의 일대기인『개벽』후반작업중이며 지난해한국영화사상 최다 관객을 모은『장군의 아들』속편을 연출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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