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입 예산보다 22%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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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나라살림은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기초로 한다. 따라서 세금이 얼마나 들어올 것인지 정확히 계산한 뒤 이를 규모 있게 잘 써야한다.
집안살림이야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는 곤란하다. 쓰고 남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나라살림은 경우가 다르다. 정부가 필요한 것보다 많은 세금을 거둬 가면 가계나 기업 등 민간부문이 그만큼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87년부터 줄곧 당초 나라살림에 쓰기로 한 규모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연간 전체 세금징수액이 세출규모보다 많아 생기는 세계잉여금은 86년까지만 해도 몇 백억원 내지 5천억원 이내였다. 그러던 것이 87년에 1조원을 넘어서더니만 88년 이후 연3년째 3조원을 초과하고 있다. <그림참조> 작년의 경우 정부는 26조8천3백억원의 국세를 거둬들였는데, 이는 89년말 국회가 승인한 90회계연도의 세입예산을 무려 22.4%나 넘어선 것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정기국회 때 올해부터 가능한 한 세계잉여금이 생기지 않도록 살림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절적으로 아직 예산이 본격적으로 집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난3월말 현재 세입이 세출을 초과해 생긴 국고 여유자금이 4조1천9백96억원에 이르렀다(정부는 지난6일 이중 2조2천5백64억원을 89년 12·12증시 부양조치 때 은행 빚을 쓴 3개 투신사에 지원해주는 선심을 쓰기도 했나).
또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수입이 크게 늘고 있는데다 경제성장률이 두 차례나 상향조정되는 등으로 올해도 상당한 세계잉여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매년8월 이듬해 예산을 까면서 예상경제성장률·임금상승률 등 거시경제지표를 고려해 세수 추계를 한다. 따라서 정확한 세수추계야말로 정부가 현재의 경제흐름과 내년경제의 예상을 제대로 읽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잇따라 많은 세계잉여금이 생긴 것은 국내 건설경기 과열 등으로 예상치 못한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낸 탓이라고 한다. 수입도 더 늘어나고(관세증가)물가가 오르며 부동산관련세금이 늘어난 결과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0%가 넘는 오차를 냈으며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은 정부의 경제진단과 예측이 잘못되고 있음이다.
물론 정부는 남는 세수가 다른 데로 가는게 아니며 한국은행차입금과 같은 나라 빚을 갚고 추가경정예산을 까 쓴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추정예산은 생각 밖의 돈 이어서인지 씀씀이가 헤퍼지며 방만하게 재정이 운용됨으로써 인플레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정치적 의도에 따라 집행되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팽창예산이란 지적을 면하기 위해 일부러 세수추계를 낮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계속되는 세수초과는 바꿔 말하면 근로소득세를 더 경감해 분배구조개선을 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목표보다 세금이 많이 걷히므로 아무래도 징세 행정 또한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개인이건 나라 건 셈은 정확해야 하며 정확한 셈 위에서만 정책도 가장 효율성 있게 집행될 수 있는 것이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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