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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겁내지 않고 죽음 맞겠다" 교수형 직전까지 체력 단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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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사형장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교수형을 당하기 직전까지 평소보다 더 많은 운동을 했었다고 그의 변호사가 밝혔다.

사형 집행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28일 후세인을 면회했던 와두드 파우지 샴스 딘 변호사는 "사형에 앞서 후세인이 러닝머신 등으로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샴스 딘 변호사는 후세인이 자신과의 면담에서 "앞서 이틀 동안 35분 운동을 했다. 아랍인이 명예와 위엄을 간직한 채 죽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변호사에 따르면 후세인은 사형집행 때 입고 있던 검은 코트에 쿠바산 최고급 시가인 '코히바'를 피우며, 이라크 항소법원이 사형선고를 확정했을 때 미국인 의사가 자신에게 진정제를 권했지만 이를 거절했던 일화도 공개했다.

후세인은 "신은 내게 그것 없이도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신앙심을 줬다. 용감한 마음과 깨끗한 손으로 창조주를 만나고 싶다고 그(의사)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후세인은 또 2003년 12월 고향인 티크리트의 한 농가에서 미군에 체포되기 며칠 전 환한 대낮에 티그리스 강을 헤엄쳐 건넜던 일도 들려줬다. 체포 후 독방에서 갇혀 지낼 때는 영웅주의.성전(聖戰).인내 등에 대한 시(詩)가 수감생활을 이겨나가는 데 도움을 줬다며 "시는 나에게 세상으로 향한 창문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샴스 딘 변호사는 후세인이 얘기 도중 자신과 미군 경비병에게 시가를 권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9일 "(조롱과 혼란 속에 이뤄진) 후세인의 처형 방식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그러나 그것이 이라크 국민에게 자행된 그의 범죄를 보는 우리들의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블레어 총리는 "후세인이 무수한 이라크 양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국민을 겨냥한 화학무기를 사용했으며, 한 마을 주민들을 '싹쓸이'하듯 몰살시켰다"며 "이 같은 만행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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