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국혼란 교육계에 확산 안돼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교사들의 잇단 시국선언과 집단행동에 대해 교육부는 가담자 전원에 대해 의법처리를 하고 주동 교사에 대해서는 파면등의 중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교사의 집단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또 정권퇴진운동과 같은 정치적 집회에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참가했다는 사실은 명백한 실정법의 위반임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더구나 오늘의 사회적 혼란이 거듭되는 학생들의 분신자살로 가중되고 있는 터에 대학교수 또는 교사집단의 시국선언이 학생들의 무모한 행위를 촉발할 수 있다는 뜻에서 교사들의 집단행위는 자제되어야 함을 많은 사람들이 거듭 역설해 왔다.
따라서 교사들의 시국선언이나 정치적 집단행위가 계속 확산되어 새로운 사회적 혼란으로 파급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시국선언과 집단행동 참가교사가 2천여명에 이르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실정법 적용이라는 중징계 일변도로 나간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사회적 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사려깊은 대처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사태가 경찰에 의해 학생이 타살되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면,학교를 지키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뭔가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해야 할 당위성을 느꼈을 것이다. 공권력에 의해 학생이 타살되었는데도 교사집단이 실정법에 묶여 침묵한다면 그 또한 스승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치적 동기에서라기 보다는 진실로 학생의 죽음을 애도하는 스승의 충정이었다고 이해할 측면도 있다.
또 최근의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학교 교사·학생들을 보호하고 혼란으로부터 격리를 해야 할 교육당국이 실정법만을 내세워 혼란의 불씨를 다시 학교안으로 옮겨 온다는 것은 분별없는 짓이라고 판단한다.
지금은 위기상황을 수습해야 할 때이지 결코 새로운 문제로 혼란을 가중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교사들의 정치적 집단행위는 옹호되고 변론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정치적 동기에서라기 보다는 교육적 의사표현이라고 보고 위기의 확대보다는 수습이 더욱 중차대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문제된 교사에 대해 경고로 끝나기를 당부하는 것이다.
다시금 지난 전교조사태의 참담한 혼란이 교육현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화합과 관용이 절실할 때다.
정치적 혼란을 교육현장의 위기로 옮겨가는 우를 교육부나 교사집단이 결코 저질러서는 안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