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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에 효능 있었으면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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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충남 서천군 소재 천방농산 대표 권오만(49.사진 앞사람)씨는 5일 충북 청원군 내수읍 원통리의 말기암 환자 요양시설인 '성모 꽃마을'을 방문, 장뇌삼 100 뿌리(1500만원 상당) 가량을 운영책임자인 박창환(44) 신부에게 전달했다.

권씨는 2004년부터 매달 자신이 기른 장뇌삼 100뿌리씩(연간 약 1억여원 어치)을 "말기암 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이곳에 기증하고 있다. 그가 기증하는 장뇌삼은 10년근으로, 뿌리당 12만~15만원에 팔린다. 그는 두달에 한번씩 직원 3~4명과 함께 성모 꽃마을 암환자 30여명에게 장뇌삼 삼계탕을 직접 끓여 대접하기도 한다.

박 신부는 "환자들에게 권씨의 도움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동지한의원 이주호(40) 원장은 "말기암환자가 장뇌삼을 먹으면 암세포에 대한 저항력이 강화되고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성모꽃마을 요양환자인 김두환(31)씨는 "돈주고도 구하기 힘든 장뇌삼을 무료로 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그가 이같은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것은 1986년 고향인 충남 부여의 한 성당에 재직중이던 신부님에게서 빌린 돈이 계기가 됐다.

당시 권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건설회사가 부도나자, 안면이 있던 그 신부에게 찾아가 재기를 위한 자금 300만원을 빌렸다. 몇년 뒤 재기한 권씨는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성당을 찾아갔으나 신부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신부님에게 갚는 것은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우선 신부님께 받은 도움을 사회에 환원하자"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권씨는 1983년 우연히 입수하게 된 장뇌삼 500g을 선산인 천방산 자락 1000여 평에 뿌렸다. 10여년이 지난뒤 잘 자라면 목돈이 되겠다는 생각에서다. 한동안 이 사실조차 잊고 지내다가 95년 장뇌삼이 잘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 기존의 사업을 접고 장뇌삼 재배에 매달렸다.

이후 자신 소유의 임야 11만평은 물론이고 주변 산 50만평을 임차해 장뇌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사업 수익금 중 일부를 떼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장뇌삼은 자생한 산삼보다 뇌두(뿌리와 줄기 사이 마디)가 길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고, 8년근 이상되야 상품으로 거래된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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