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국증시의 축소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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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새해부터 주가가 내리막 길을 걷더니 최근엔 주가가 50만 원 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유망주'로 삼성전자를 앞다퉈 추천한 게 무색할 정도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삼성전자 부진의 이유는 다양하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와 수급 불안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까지. 삼성전자의 부진에는 연초 약세로 돌아선 국내 증시의 문제점들이 고스란이 담겨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강조하면서도 12일 예정된 실적발표 때까지는 일단 관망할 것을 주문했다.

◆ 증시 수급 공백 직격탄= 9일 닷새 만에 상승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여전히 50만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60만 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올 들어 하락폭도 -6.2%로 코스피 지수의 낙폭(-4.2%)보다 크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부진은 우선 최근 증시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수급불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증시에서 매수세는 사라지고 프로그램 매물을 중심으로 한 '팔자' 주문이 쏟아지다 보니 증시 비중이 큰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삼성전자의 지분을 줄여나가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도도 부담이다.

여기에 12일 실적 발표를 앞둔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활기를 잃고 있다. 모토롤라.노키아 등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우증권 이건웅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예상 실적을 하향 조정하는 증권사가 늘다 보니 실적 장세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토롤라.노키아 등의 주가가 동반 하락한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실적 발표 이후 안정 찾을 듯=지금까지 장밋빛 일색이던 증권사들의 전망도 다소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현대증권은 "5개월 전의 60만 원대 붕괴는 고유가 등 대외 악재때문이라 지금과는 다르다"며 "6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고 매수에 나설 시기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동부증권도 "낸드플래시 수익성 급감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75만8000원에서 73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증권 김장열 IT팀장도 "환율 리스크는 커지고 있지만 이를 이겨낼 실적 개선은 아직 미지수"라며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실적 발표 이후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한다면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최근 일시적인 부진에 빠졌지만 최근 주가 하락은 수급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매수를 고려할 시점"이라며 "중장기적으로 60만 원 이하에서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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