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도덕 실천운동 나설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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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불교의 현상점검과 함께 그 미래적 정향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10일 오후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이 세미나는 88년 불교전문주간지로 출범한『법??신문』이 창간 3주년기념 및 부처님오신날 봉축을 위한 행사의 하나로 마련했다.
「한국불교의 지향」이란 주제로 한 이 세미나에는 윤이흠 교수(서울대)·심재룡 교수(서 울대)·정병조 교수(동국대)등 3명이 주제 논문을 발표하며 공종원(조선일보논설위원)·송석구(동국대 교수)·서윤길(동국대 교수)·김정휴(법보 신문 주필)씨 등이 토론자로 참가한다.
다음은 이날 발표될 3교수의 주제논문 요지.
◇한국의 다 종교 사회의 문제와 그 해소책(윤이흠)=오늘날의 한국사회는 모든 신념체계와 가치관들이 공존하는 다 종교사회, 다원가치의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어느 종교도 현재의 한국문화나 가치관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지 못하며 각 종교마다 자기 지분확보를 위한 경쟁에 연연한 채 모든 문제를 자기종교의 시각으로만 보아왔다는데서 지금과 같은 사회의 가치혼동 현상이 비롯된 것이다.
종교가 과거의 정신적 권위를 상실하고 사상적 면역을 갖게된 국민에게 어느 한 교리체계에 의한 제언이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게 된 현실에서 가치혼동을 극복하는 길은 다 종교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의 다원주의원리를 수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공허한 수신론을 벗어나 도덕적 실천운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해 나가야할 시점이다.
◇세계화시대와 한국불교(심재룡)=한국불교는 재건단계에서 이제는 확대발전이란 과제를 놓고 바야흐로 세계화를 논의하는 시점에 와있다. 그에 따라 한국불교내부에서는 해외불교와의 자유스러운 교류는 물론, 인권회복·자연 보호·환경 문제·정의사회구현 등을 목표로 하는 운동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는 한국불교의 세계화도정에 겪어야할 하나의 과정으로서 무속 내지 도교와의 습합, 효를 중시하는 가족혈연주의와의 습합 등에 이어지는 한국불교 제 3의 패러다임변화라고 생각한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토착적 모순 가운데 세계적 안목에서 보아도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을 갈 골라 보전함과 동시에 석존의 원초적 패러다임으로 돌아가려는 자기 개혁적 노력을 함께 하는 운동이 아니면 안 된다.
◇한국불교의 회고와 전망(정병조)=한국불교는 본질적으로 인간심성의 청정을 계도해왔다는 점에서 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으나 현실의 부조리를 척결하는 구체적 실천보다는 은둔과 자조로 일관해왔음도 사실이다. 그 면이 불교를 사회성 결핍으로 오인케 한 결정적 원인이다.
앞으로 한국불교는 출가증의 청정성 견지, 재가불자의 지성화 추진 등을 통한 이념정립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하며 불교계불화와 질곡의 원인이 되고 있는 종헌·종법·총무원기구·본사행정직 제·선거 등과 관련된 제도적 모순들을 과감하게 개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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