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무현 대통령이 꺼내 든 원포인트 개헌은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가 야권의 수용여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 발의 이후 국회동의를 거쳐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개헌 절차 때문이다.국민 대다수가 원하더라도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야권의 반대에 부딪치면 성사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의 제안 직후 여권은 환영의사를 표하며 개헌논의에 적극적 드라이브를 걸 태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행 헌법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안을 의결토록 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할 경우 개헌을 성사시키려면 한나라당(의석 127석)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개헌카드에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가 내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기 개헌논의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기존의 판을 흐트리려는 차원에서 개헌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개헌과 개헌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차기 정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나라당 내부가 '균열'될 경우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개헌을 요구하는 정치권 밖의 '압력'이 거세질 경우 한나라당이 마냥 개헌논의를 외면하기는 어려운데다 대선 경선까지 변수로 작용할 경우 당내 여론이 찬반으로 갈라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주자에 따라서는 차별화 전략 차원에서 개헌을 적극 지지할 가능성이 있어 여권의 '우군'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은 긍정적 내지 유보적 입장이어서 당장 개헌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논의가 급격히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개헌제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고, 민주노동당은 면밀한 검토를 거쳐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중심당은 원론적 찬성 입장을 표하면서도 개헌의 시기는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헌 논의는 실현 가능성 보다도 일단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모든 정치적 어젠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성격을 띠고 있어 대선정국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이번 개헌 제안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포석이라는 관측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동영상 바로가기

이지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