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법원·검찰 '전별금 진실게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진실 공방=이 대법원장은 그동안 "전관예우 등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법관이 도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게 된다면 아무리 뛰어난 법률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법관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변호사 시절 외국의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에서 받은 수임액 5000만원을 세금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이런 시점에 조씨에게 제공했다는 전별금 논란은 도덕적으로 치명적이다. 이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있을 때 재판연구관이던 조씨와 함께 근무했고, 기독교인인 두 사람은 가족끼리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법조 브로커 김홍수(구속)씨의 법조비리 사건에서 계좌추적 영장 등이 기각되자 검찰에서는 "법원이 조씨의 수사를 무마하려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떠돌았다. 하지만 검찰은 사법 사상 처음으로 고법 부장 판사를 전격 구속했다. 이후 법원과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대법원은 "중요 사건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나 민사소송 접수 단계에서 대법원에 보고하라"며 대법원 재판예규(1084호)까지 개정했다. 이에 검찰은 "대법원이 예규를 이용해 영장기각을 지휘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법원의 보복'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전별금을 건넨 적도 조씨와 식사를 같이한 적도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수사 중단 무마 의혹과 관련, 변현철 대법원 공보관은 "간부진 중에서 어떤 사건인지 전화를 했을 수는 있어 보인다"고 해명했다.

◆"선배라도 전별금은 부적절"=새로 인사가 난 후배에게 전별금을 주는 것은 판검사 출신을 가리지 않는 법조계의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법원 관계자는 "새로 인사가 난 옛 배석 판사 내지 후배 판사가 찾아왔을 때 20만~30만원 정도의 식사비 내지 전별금을 주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인정했다.

과거 의정부(1997년).대전(98년) 법조비리 사건에서 전별금을 받은 판.검사의 경우 100만원 이상은 사표를 받고, 100만원 미만은 인사조치나 징계를 받았다. 98년에는 법관윤리강령이 제정돼 전관예우의 병폐 등을 막자는 취지에서 포괄적인 돈 수수를 금지했다. 선배라도 변호사는 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어 소액이라도 돈을 건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처음 소환된 7월 초 변호사로부터 그런(전별금 수수)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계좌에서는(대법원장의) 전별금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조씨가 변호사였던 이 대법원장으로부터 전별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직접 확인한 내용은 아닌 변호사의 주장이며, 계좌추적 결과 이 대법원장과 거래한 내역은 전혀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종문·백일현 기자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건=법조 브로커 김홍수(58)씨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1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된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법원과 검찰의 영장 갈등이 빚어지는 등 진통이 있었다. 차관급인 조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추징금 500만원, 가구(1000만원 상당의 소파와 식탁)의 몰수를 선고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