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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도 71%가 '동해·한국해' 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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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정홍보처가 2001년부터 3년 동안 미국.영국.프랑스의 도서관 등에 소장된 고지도 594점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71%인 420점이 ▶동해(East Sea)▶한국해(Sea of Korea)▶한국만(Gulf of Korea)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된 것은 70점(12%)에 불과했다.

일본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29년부터였다. 바다와 해저 지형 등의 명칭을 결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가 세계 해도(海圖) 초판을 만들면서 일본해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였던 한국은 이에 대해 전혀 손을 쓸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91년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60여 년간 이어졌다. 정부는 당시 유엔에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학계와 시민단체도 움직였다. 90년대 후반 외국의 지도업체.교과서 제작업체.인터넷 업체 등을 상대로 한 동해 표기 개정 요구 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대학생 중심으로 독도.동해의 바른 표기 운동을 펼쳐 온 '반크'라는 단체가 앞장섰다. 이 단체는 기관과 업체를 설득해 일본해 대신 동해로 표기를 바꾸거나 동해.일본해를 병기하도록 유도했다. 반크의 박기태 대표는 "유명 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지금까지 약 300곳의 표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IHO는 2002년 일본해 표기가 삭제된 세계 해도를 발행하려 했다. 초안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고, 개정판 작업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동해를 제3의 명칭으로 부르자는 제안도 많이 있었다. 43년 중국 학계에서는 '태평해(太平海)라 부르자'는 의견을 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2002년 8월 "파랗고 아름다운 바다라는 의미를 가진 '청해(靑海)'로 이름을 바꾸자"고 제의했다. 일각에선 같은 의미로 '창해(滄海)를 제시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평화의 바다'는 김영호 유한대 학장(전 산자부 장관)이 80년대에 처음 제시했다.

정부는 5월에 열릴 IHO총회에서 동해로 표기를 바로잡도록 다시 촉구할 예정이다. IHO는 "이 문제는 한.일이 우선 합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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