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에 비난 화살 … "투쟁만 하는 집행부 제정신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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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랑하는 사람이 다니는 직장의 답답한 노조 모습에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제 남편도 성과금을 적게 받아 속이 쓰리지만 성과달성을 못했는데 모두 받아야 한다는 것인지…. 올해는 남편이 노조의 감시를 피해 숨어 일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5일 오전 8시쯤 한 포털사이트에 '현대차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둔 여자'(아이디 zhuge1)란 제목으로 올린 글이 인터넷망을 타고 퍼져 수천 건의 댓글이 달리는 등 폭발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성과금이 작다며 사장을 폭행하고 시무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가 하면 공장을 점거하고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차 노조에 대해 안팎에서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연말성과금 50% 추가지급 요구를 굽히지 않고 엿새째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다음주 중 파업을 결의하는 한편 서울본사 상경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 내부 반발="가족.친구들조차 파업만 일삼는 현대차를 믿고 탈 수 있느냐고 걱정하는 판인데 노조 집행부는 회사가 불사조라도 되는 듯 투쟁에만 몰입하고 있다."

5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만난 근로자 박모(45)씨는 "노조 집행부 규탄대회라도 열고 싶지만 분위기에 눌려 말도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대차 노조원들로 구성된 신노동연합회 신중석 회장은 "노조 집행부의 무분별한 정치파업으로 성과금 50%가 날아갔는데 또 특근.잔업거부 투쟁을 벌여 임금손실을 키우고 있다"며 "조합원에게 피해만 주는 투쟁을 하는 집행부가 제정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노조가 폭력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민주노총도 "현대자동차 사태는 개별 사업장에서 임금을 둘러싸고 벌어진 노사문제여서 상급단체가 개입할 상황이 아니다"(우문숙 대변인)며 발을 뺐다.

◆현대차 불매운동 움직임도=인터넷 사이트에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분노를 차량 불매운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자동차 생산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제품인 새 차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wkdbdls'라는 네티즌은 "현대차를 좋아하는데 노조만 보면 차를 사고 싶은 맘이 사라진다"고 했고, '햅번'은 "현대차 불매운동합시다. 깡패들이 만드는 차 품질 뻔한 거 아닙니까"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현대차노조의 시무식장 폭력사태를 수사 중인 울산 동부경찰서는 회사가 고소한 박유기 위원장 등 노조간부 22명 전원에 대해 8일까지 경찰서로 나오라는 출석요구서를 5일 보냈다. 경찰은 "이들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1~3차례 더 보내고 이마저 거부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설 방침"이라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현대차 폭력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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