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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북 풍계리 '이상행동'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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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2차 핵실험 준비 중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5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들은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볼 특별한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당시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곤욕을 치른 탓인지 "(추가 핵실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상 행동' 포착=미 ABC방송이 핵실험 징후 포착 장소로 지목한 곳은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일대다. 지난해 10월 1차 핵실험이 이뤄진 곳이다. 정부 당국자는 "사람과 차량의 모습이 식별되고 있지만 핵실험과 연관 지어 볼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당국이 파악한 풍계리 상황에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핵실험이 이뤄진 동쪽 갱도 쪽에선 지붕과 관련 건물의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서쪽 갱도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각종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 소식통은 "미상의 물체 한 개와 2~15명의 인원이 첩보위성에 포착됐다"며 "갱도 보수와 핵실험 준비를 위한 기자재 반입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갱도 입구 10m 전방에 있는 임시건물 뒤편에 토목기초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한.미 정보당국은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 지원용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1차 핵실험 당시 임박 징후로 제시됐던 다량의 케이블(전선) 등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감행할까=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 테이블에 복귀한 데다 이달 말 북.미 양자접촉을 앞두고 무모하게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계좌 문제까지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 북측이 대북 강경책의 명분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겨울철이라는 변수도 있다. 길주군 풍계리가 혹한기여서 계측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각에서는 북.미 접촉을 앞두고 북한이 협상용으로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서도 완성도 높은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북한이 언젠가 2차 핵실험을 반드시 할 것이란 견해가 만만치 않다.

이영종.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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