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하자 시국에 고민/비명에 간 강경대군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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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요즘도 이런데 5공땐 오죽”/머리에 파편 맞은뒤 선봉에
사망한 강경대군(20·명지대 경제1)은 건설업체를 경영하는 아버지 강민조씨(49·서울 중곡2동 55의9)와 어머니 이덕순씨(40)의 남매중 외아들로 누나가 같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었다.
남 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강군은 평소 성격이 쾌활하고 매사에 적극적이어서 고교때부터 각종 서클활동과 학급 간부일을 도맡아 왔다.
89년 휘문고를 졸업,재수한후 올 3월 명지대에 입학한 강군이 데모대열의 선봉에 나선 것은 자신에게 닥친 우연한 불행에서 비롯됐다.
총학생회 발대식이 있었던 지난달 22일 강군은 학생회관 11층 옥상에서 선배들의 시위를 구경하다 머리 2m위에서 터진 다연발 최루탄 파편에 얼굴을 맞아 11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던 것.
강군은 이때 병원으로 찾아온 과친구들에게 『무엇때문에 시위를 하고 무엇때문에 최루탄이 날아오는지 모르겠다』며 대학 초년생의 고뇌를 토로했다는 것이다.
강군은 이같은 갈등을 4월초 누나인 이 학교 중문과 3년 강선미양(21)에게 털어놓았고 누나의 권고로 이념노래서클인 다람(땅의 사람들)에 가입했다.
그후 강군은 4·19기념 교내집회에 첫 참석했고 두번째인 26일 집회의 선두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이 서클회원인 고경열양(19·도서관학 1)은 『경대는 항상 밝고 유머감각이 뛰어나 서클내에서 인기를 독차지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군은 이같은 자신의 호기심과 고민을 별도의 대학노트에 자세히 적어놓고 있다.
『요즘에도 노동자들에게 공권력의 폭력이 난무한다는 사설을 읽고 5공때는 얼마나 탄압이 심했을까 생각을 해본다…나의 걱정은 우리나라의 장래와 현실의 어려운 상황들이다. 정치를 해도 너무 못한다. 전경들이 늘고 전경들의 무기도 개량되고 민생치안은 엉망이고….』
지난달말 시국상황을 논한 신문사설을 읽고 적은 소감은 마치 한달쯤 후에 있을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듯 경찰의 폭력성을 걱정하고 있다.
강군은 지난 1일 서클 낙서모음인 「고난의 행군」을 통해서는 『오늘이 죽음의 날이었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실제가 아니다. 진리는 어디 있는가』라며 이 시대를 사는 대학인의 방황을 적어 놓았다.<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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