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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Q 한국인이 우주 가는 게 왜 중요한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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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어요. 한국 사람 중 처음으로 우주에 올라갈 후보 두 명을 뽑았거든요. 틴틴 여러분도 기억하겠지만 남녀 한 명씩이 뽑혔잖아요. 우주인 후보 선발 현장에 가 보니 마치 우리나라가 우주 개발에 뛰어든 것처럼 분위기가 들떠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이 우주에 올라가는 것이 왜 중요한 걸까요. 우주에 무엇을 하러 가는 걸까요. 거길 갔다 온 우주인은 나중에 어떤 일을 할까요. 틴틴 여러분, 이런저런 궁금증이 많은 줄 압니다. 하나하나 알아볼까요.

우리나라의 우주인 사업은 과학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것입니다. 이렇다 할 지하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잘살기 위해선 과학기술이 발달해야 하거든요. 과학이 발전해야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상품도 만들고, 그러면 나라가 부강해지거든요. 그런데 세금을 내는 국민이 과학을 바라보는 눈은 그리 따뜻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여러분 '이공계 기피 현상'이란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꺼린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나라의 과학기술력이 세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과학기술부)가 궁리 끝에 묘안을 냈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지금껏 해보지 못한 일을 찾다가 우주에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했답니다.

우주인 후보 선발 과정에서부터 우주에 올라갔다 오는 것을 최대한 국민에게 알려 과학의 중요성을 부각해 보자는 게 정부의 계산입니다. 우주인 한 사람이 우주에 올라간다고 얼마나 과학에 대한 홍보가 될지 모르겠다고요. 맞습니다. 과학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좋아지는 것을 사과 궤짝 속의 사과 개수를 세는 것처럼 세어볼 수는 없지만 대략 어떤 효과가 있을 거라는 건 미리 가늠할 수 있어요. 이번에 뽑힌 우주인 후보 두 명은 앞으로 1년간 러시아 가가린 우주비행사훈련센터에서 우주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훈련을 받습니다. 그 우주인 훈련 과정과 우주선에서의 활동은 낱낱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겁니다. 자연 국민이 우주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론 과학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되지 않겠어요.

우주로 사람을 내보내려면 우주인이 우주선에서 살 수 있게 해 줘야지요. 기압도 지구처럼 만들어 줘야 하고, 당연히 공기와 물을 가져가야 합니다. 이러려면 최첨단 기술이 동원돼야 합니다. 우린 아직 그런 기술이 없어요. 위성 몇 개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쏘아올렸지만 사람을 태워 우주를 비행하는 우주선을 만들지는 못해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첫 우주인은 러시아의 힘을 빌려 우주로 올라가는 겁니다. 참고로 사람을 태운 우주선을 쏜 나라는 미국.러시아.중국 등 3개국에 불과합니다.

인류는 50년 전부터 우주를 탐색했습니다. 우주에 올라간 사람은 지금까지 400여 명입니다. 우주에 사람을 올려보내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우주인 선발에서부터 훈련, 우주 정거장을 갔다 오는 데 드는 총비용이 26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우주에 올라가는 사람은 딱 한 명이고, 우주여행 기간이 10일이어서 하루 여행비가 자그마치 26억원이나 되지요. 정말 비싼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진기하고 비싼 여행을 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쉽게 나오지 않을 겁니다. 정부도 거액을 들여 우주인을 보내는 만큼 '너무 비싼 우주여행'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고 각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우주에 놀러간다는 인상을 주거나, 쓸데없는 데 거액의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우주인에게 다양한 과학실험을 하도록 했습니다. '여행객 우주인'이 아니라 '과학 우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조치입니다. 한국인 첫 우주인이 할 실험은 ▶물이 어떻게 어는지 ▶글씨가 어떻게 쓰이는지 ▶식물 성장 과정은 어떤지 ▶미세중력 아래서의 체형 변화 등입니다. 특히 사람을 늙게 하는 유전자를 살피는 등 인류의 건강 증진과 관련한 실험도 한다고 합니다. 미국 등 강대국들은 오래전부터 우주공간에서 인간이 오래 사는 비밀을 찾는 실험을 하고 있답니다.

결국 이런 '우주인 프로젝트'를 잘만 활용하면 과학의 대중화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우주인은 우주에 갔다 오면 과학 대중화 홍보대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주인을 선발할 때 그런 조건을 달았습니다. 정부가 개인에게 그만큼의 혜택을 주는 것만큼 의무도 다하라는 뜻입니다. 틴틴 여러분, 이번 우주인 선발 이벤트를 지켜보면서 우주인의 꿈을 한번 키워보지 않겠습니까.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우주정거장에서 생활은

한국 우주인이 올라갈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지요. 국제우주정거장은 지구와는 아주 다른 공간이랍니다. 지구와 가장 다른 점은 중력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중력은 지구 중심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이잖아요. 그런데 우주정거장은 지구와 350~450㎞ 떨어져 있어 이런 중력을 받지 못해요. 중력이 없으면 사람 몸이 새처럼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어요. 물론 다른 물건들도 마찬가지지요. 물방울도 우주선 안에서 둥둥 떠다녀요. 물방울 여러 개가 떠다니다가 하나의 큰 방울로 합쳐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걸어다니거나 움직이는 데 힘을 많이 쓸 필요가 없어요. 문제는 힘이 안 들어 좋긴 한데 근육이나 뼈가 약해진다는 점입니다. 근육은 운동을 하면 늘어나는 데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줄어든답니다. 우주인이 우주를 갔다 귀환한 뒤 처음엔 중력 적응이 안 돼 맥없이 쓰러진다고 해요. 그래서 우주에서는 이런 근력 운동과 힘을 쓰는 운동을 일부러 합니다.

소변은 지구로 가져 올 것이 아니라면 그냥 우주에 버려요. 우주에 소변을 배출하면 순식간에 수많은 얼음 알갱이로 변해 햇빛에 반짝인답니다. 우주인들은 그 장면이 환상적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모래를 한 가마니 뿌린다면 지구의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똥별이 만들어질 겁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방사선을 쪼여 완전 멸균한 음식만 먹어요. 행여 세균이 음식물에 들어 있다가 우주 공간에서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를 일으켜 우주인들을 위협하면 안 되잖아요. 우주 음식은 말린 상태로 봉지에 들어 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 불려 먹지요. 맛은 참 없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우주인을 보낼 때 국내에서 개발한 우주 식량을 시험해 볼 예정입니다. 우주인은 잠을 어떻게 잘까요. 벽에 붙은 침대에 몸을 묶어 자지요. 그렇지 않으면 둥둥 떠다니며 잠을 자야 합니다. 틴틴 여러분, 생각보다 우주인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지요.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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