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침체 부동산펀드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부동산펀드가 분양시장 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파트 건설에 자금을 대출해 수익을 올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형 부동산펀드가 분양이 안돼 투자금 회수에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SH자산운용은 지난 2005년 6월에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PF형 부동산펀드를 내놓았으나 설정 이후 수익률(2006년 12월29일 기준)이 1.95%에 불과할 만큼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부산의 아파트에 투자해 분양과 임대수익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하지만 SH자산운용은 투자한 아파트가 미분양 사태로 이어지자 지난해 10월부터 서둘러 매각에 나서면서 일부 손해를 감수했기 때문.

펀드의 만기시점이 작년 12월이기 때문에 미분양으로 인한 '상환 연기'를 피하기 위해 매각 작업에 나섰다는 게 SH자산운용의 설명이다. 펀드 만기에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을 되돌려줘야 되지만 투자금이 고스란히 미분양된 아파트에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 SH자산운용은 이달 중순 만기를 앞둔 대전의 사모 PF형 부동산펀드의 경우도 미분양으로 시공사가 대신 자금을 갚고 있다. 일반적으로 PF형 부동산펀드는 미분양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공사에게 '지급 보증'을 약속 받는다. 부동산펀드가 시행사에 자금을 대출해준 뒤 만기시 분양이 안돼 돈을 갚지 못 할 경우 시공사가 대신 지급해 주는 안전장치다. 즉 시공사가 시행사의 연대보증을 서는 셈이다. 다만,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A'이상일 만큼 우량한 경우 지급보증을 면제하기도 한다.

SH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부산의 아파트에 투자한 펀드는 준공이 끝난 건물에 투자했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분양시장이 얼어붙어 수익을 낼 수 없었다"며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줘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업자에게 아파트를 판 후 펀드를 청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전지역의 부동산펀드는 시행사가 일부 자금을 상환하지 않아 지급보증 약속을 한 시공사가 대신 투자금과 수익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분양시장 한파가 자칫 전체 부동산펀드 시장의 위축을 불러 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부동산펀드 관계자는 "부동산펀드가 분양이 안 돼 자산을 매각하는 사례는 처음"이라며 "그 만큼 최근에 지방의 부동산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분양시장과 연관이 큰 일부 PF형 부동산펀드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펀드는 투자 대상과 지역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부의 경우를 전체로 확대해석해 투자를 꺼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PF형 부동산펀드는 연 6 ̄8%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만큼 대안투자 수단으로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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