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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새해엔 의사 의심증부터 고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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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첫째, 의사들의 부당청구입니다. TV 화면을 통해 몇 천만원씩 환급받는 백혈병 환자들을 볼 때 병원이 사기쳤구나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첨단의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보험제도의 현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고가의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최선의 진료만을 생각한 의사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둘째, 리베이트나 탈세 등 부당이익 부분입니다. 제약회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는 의약분업의 실시로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제 의사는 대가없이 약을 학문적 양심에 따라 처방할 뿐입니다. 탈세 역시 많이 깨끗해졌다고 봅니다. 내과나 소아과 등 보험진료 과목은 보험공단으로부터 진료비를 받으므로 원천적으로 탈세가 불가능합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비보험 진료과목 역시 대부분 신용카드로 결제하며 현금 결제시에도 최근 국세청의 연말정산 공제혜택 제도 실시로 탈세의 여지가 사라졌습니다.

셋째, 과잉진료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알약 개수 하나하나까지 심평원의 통제를 받습니다. 심평원 기준을 벗어나면 삭감되고 병원이 치료비를 반납해야 합니다. 그래도 의사들은 잘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옛날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한의사와 치과의사를 합쳐 해마다 5000명 가까운 면허소지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들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주 5일제라지만 야간이나 공휴일에 진료하는 의사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개선해야 할 의료계 내부의 비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비리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됩니다. 환자와 의사 간 신뢰를 깨뜨리기 때문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됩니다. 단적인 사례가 제왕절개입니다. 아직도 높은 제왕절개 수술 비율이 의사가 돈을 밝혀서라고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 심평원에서도 제왕절개나 정상분만 간 수가의 차이가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유는 소송 때문입니다. 정상분만시 뇌성마비라도 발생하면 수억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무너지면 수천분의 일의 부작용에도 방어진료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쪼록 새해엔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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