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최후의 패착 - 서봉수와 21세기 정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4강전 1국 하이라이트>
○ . 서봉수 9단 ● . 창하오 9단

서봉수란 인물은 참 특이하다. 세상살이엔 맹탕인 듯 싶지만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것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놀라운 집중력과 집념을 보여준다. 바로 그 힘으로 조훈현 9단만큼 강하지 못하면서도 최강자도 이루지 못할 기적을 연출해내곤 했다. 1993년 응씨배 우승과 96년 진로배 9연승은 서봉수 9단의 승부사적 비범함이 잘 드러난 명승부였다. 그리고 이번에 삼성화재배 4강에 올라 또 한번 젊은 후배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장면도(6~26)=서로 네 귀를 차지한 다음 창하오(常昊) 9단이 흑?로 걸쳐왔다. 서 9단은 6의 낮은 협공에 이어 8, 10으로 두었는데 이 10이 '21세기 정석'의 시작이다.

'참고도1'처럼 백1로 호구하고 5까지 진행되는 정석은 참 낯익다. 100년 넘게 움직일 수 없는 교본이었던 이 정석이 속도를 중시한 10의 변칙수가 등장하면서 수많은 신 정석을 탄생시켰고, 이윽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11의 날일자와 12의 치받기는 최신 버전에 속한다. 12에 대해 '참고도2'처럼 흑1로 늘면 이후 11까지 백은 실리, 흑은 세력으로 갈라서게 된다.

실전에선 창하오가 13으로 돌아섰고 백도 14로 반발하여 17까지의 변화가 이뤄졌다. 서 9단은 가장 최신형이라 할 이 변화를 놓고 '백이 두텁다'고 생각한다. 중국 기사들은 그러나 나름의 연구가 끝난 듯 이 코스를 거부하지 않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