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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불안 불씨 끄기/소,북한에 협력중단 경고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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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 일 방문맞아 공개압력 “성의”표시/북한서 핵사찰 수락할지 최대 관심
소련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과 방일을 앞두고 『북한에 핵사찰 수용없이는 핵협력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밝혀 소련의 의도와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소련은 동북아의 군사균형과 관련,북의 핵무장이 남한의 핵무장→일본의 핵무장→동북아의 군사균형 파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북의 핵무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그동안 여라차례 표명해왔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사표명방법이 간접적이고 우회적이었다는 점에서 소련의 이번 공개발언은 그 시기와 방법에 있어 주목된다.
시기상으로는 우선 방일을 앞두고 일본을 겨냥했다는 점이다.
즉 소련이 구상하는 아태지역 경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일본이 북의 핵무장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방일을 앞두고 동북아 비핵화의 맥락에서 이같은 입장을 표명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방한을 앞두고 『북에 대해 소련이 뭔가를 해줄 것』을 기대하는 한국에 대해 『우리도 이정도의 일을 해왔다』는 성의표시를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이다.
방법면에서 볼때 소련은 90년 2월10일 전 소련 외무 셰바르드나제는 미 소 외무장관회담을 마친 뒤 『북한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등 우회적인 압력을 행사해오긴 했었다.
그같은 간접방법에서 『소련의 대북 압력공개』라는 강경한 입장으로 바뀐 것은 「북한을 의식하지 않은 고르바초프의 방한」이 보여주듯 북한에 대한 압력을 공개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가중시키겠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소련의 핵협력이 중단됨으로써 올 북한은 장기산업건설에서 타격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원자력발전소를 통한 전력공급은 하지않고 있으나 장기전력공급계획의 일환으로 북한은 소련과 85년 12월 44메가와트급 원자로 4기 건설협정을 체결했다.
소련의 대북 핵협력이 중단될 경우 북한의 장기적인 전력수급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함으로써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압력으로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이게 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그동안 미·소·일 및 한국 등의 우회압력에도 불구하고 핵사찰문제를 끈질기게 「주한미군의 핵철수」와 연계시켜왔으며 이같은 태도가 철회됐다는 조짐도 없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가 초기의 「남한내 미군핵 무조건철수」 주장에서 「남한내의 미 핵사찰」,최근에는 「미국의 선제핵무기 불사용선언」을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이 변화된 것에 주목해야 된다는 견해가 있다.
즉 「미국이 상징적 조치만 취해주면 핵사찰에 응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북한의 태도가 유연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그레그 주한 미대사가 한반도의 비핵지대화 반대라는 입장을 재확인 했고 ▲소련이 미국에 대해 북한의 요구조건을 대거 교섭해주기 보다는 「핵사찰 무조건 수용」이라는 요구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소련의 핵지원 중단만으로 북한이 핵사찰에 응하리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오히려 최근들어 대중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에 따라 핵시설 및 기술·원료지원선을 지금까지의 소련일변도에서 중국쪽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풍부한 우라늄광석을 이용,독자적인 플루토늄가공 및 핵무기생산 추진가속화의 방향으로 흐를 위험성도 있으나 소련등은 중국에도 북한에 대한 압력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북의 핵사찰 수용문제는 남북문제,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강대국간의 세력문제들과 얽혀있어 어떤 방향으로 조정될지가 주목된다.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막기 위해 오는 19일 제주도 한 소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소련의 핵연료 및 기술제공을 중지토록 공개적으로 밝히게할 계획이었다가 소련측이 일본언론을 통해 미리 흘린 것은 방어용 선수라고 해석.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핵무기개발은 한반도 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번 제주도 정상회담에서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의 핵사찰에 대한 공식적인 약속을 받아낼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소련측은 북한에 대한 무기판매 자제와 함께 핵문제에 대한 규제방침도 이미 통보해온 상태. 이 당국자는 그러나 우리측은 고르바초프가 자신의 입을 통해 직접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도록 하게한 것인데 이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김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약속을 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
이 당국자는 이어 『마르티노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소장이 지난해 이미 북한에 통고했다고 말했지만 북한은 아직도 핵사찰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통고를 실천에 옮겨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김진국·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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