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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첨단무기기술 이전 신경전(해외경제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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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 정밀기술에 미서 눈독/“로킷엔진기술등 내놔라” 요구/미/민간개발 기술정보 유출우려/일
첨단 하이테크 무기의 위력은 걸프전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하이테크 무기의 엄청난 힘과 정밀도 뒤에는 일본 전자기술이 상당부분 뒷받침됐다는 것 또한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일본사이에는 하이테크 무기에 쓰이는 기술이전을 둘러싸고 보이지않는 신경전이 한창이다.
미 국방부는 방위예산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질좋고 값싼 일본기술의 이전을 집요하게 요구하는데 비해 일본은 첨단무기용 기술과 부품이 갈수록 민간용 상품기술과 구별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무기의 공동개발이란 이름으로 실제로는 일본 민간기업의 중요한 기술정보가 미국에 흘러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사실 미국이 그동안 세계제일을 자랑해온 항공·무기분야에서도 일정부분은 일본이 이미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 최근에 발행된 일경 비즈니스지에 따르면 미 보잉사가 미쓰비시중공업등 일본 3개 회사와 공동개발중인 B777의 경우 기체와 전자제어 등 전체의 21%는 일본이 담당할 예정이다.
종래보다 50%나 강한 에폭시수지로 만든 기체,티탄합금과 역분사장치는 이미 일본이 세계에서 독점적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또 일본은 무기의 독자개발에 나서 세계 최고정밀도를 가진 요격용 미사일 AAM3을 만들어냈는가 하면 2000년대까지 배치를 목표로 현재의 호크미사일을 대체할 중거리 샘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소재·부품은 물론 적외선 탐지등 일본이 질좋은 기술을 잇따라 개발하자 미국은 체니 국방장관이 지난달 『일본의 군사·민간용기술이 미국 군수산업의 기반을 정비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은근히 기술의 계속적인 이전을 요구한데 이어 8일 동경에서 열린 미 일 군사기술협의회에서는 아예 차기 방공미사일 「코즈」의 개발에 일본의 공동참여를 촉구했다.
특히 미국은 일본이 경쟁력을 가진 로킷용 엔진기술·마이크로파·적외선 유도장치·자장분석평가기술 등 5가지의 첨단기술 이전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섰다.
일본은 이들 기술이 민간회사에서 개발한 것이어서 이전을 꺼림칙하게 여기고 있지만 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걸프전때 직접 파병을 거부한 일본으로서는 미국이 서운해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83년 스스로 선언한 『무기수출금지원칙에서 미국에 대해서만은 기술공여를 예외로 한다』는 정책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기술이전을 요청하면 피할 수 없다』면서도 『일본 민간기업에 무리한 기술제공을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하지만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이 자국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질좋고 값싼 일본기술을 「무기기술이전」이란 고리로 묶어 이전요구를 강화할 것이 뻔해 이것이 두나라 사이의 관계를 더욱 미묘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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