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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재도약 이끈 주역 한인 1.5세 한주현 연구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가 없으면 787 드림라이너 무게는 지금보다 20%는 더 나갈겁니다."

2001년 9.11사태와 경쟁사 '에어버스'에 밀려 고전하던 보잉사가 기사회생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787 드림라이너.

'가볍게, 더 가볍게'를 목표로 보잉의 상업용 항공기 차세대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787 드림라이너의 핵심부서인 재료공정기술부문(MNPT - Material and Processing Technology)에 한인 1.5세 한주현 연구원(32)이 근무하고 있다.

"기존의 항공기 재료는 90% 이상이 알루미늄입니다. 비싼 항공기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항공기 신소재 개발은 이전부터 추진돼 왔고 알루미늄 보다 20%정도 가벼우면서 단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신복합소재가 처음 적용된 것이 787이죠."

MNPT중에서도 한주현 연구원은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뼈대, 즉 항공기 몸통의 기둥 골조의 무게를 줄이는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기체 무게를 줄이기 위한 핵심중의 핵심부서다.

"787 드림라이너는 '레진 인퓨전(resin infusion)'이라는 '합성수지 삽입 신기술'에 의해 이루어진 과학의 복합체 입니다. 787이 말 그대로 꿈의 비행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랜딩기어와 엔진의 특수 단열재 일부를 제외하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거의 모두가 이 복합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한 연구원의 설명이다.

787은 여기에다 탑재할 엔진 역시 연료를 20%가량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 각 항공사들로부터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성사된 중국의 초대형 '345대 주문' 중 60대가 '787 드림라이너' 였으며 에어 인디아, 콴타스 항공을 비롯 세계 각 항공사에서 2006년 한 해 동안 주문한 물량만도 145대에 이른다.

2006년 11월 현재 계약된 787 드림라이너의 총 물량은 433대. 여기에는 '옵션 계약'이 포함되어 있어 최종 '넷 주문'에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도면 787이 생산될 워싱턴주 에버렛 공장을 4년간 풀가동 시킬 수 있는 물량이다.

보잉은 한주현 연구원이 포함된 MNPT의 성공으로 완전 재기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한주현 연구원의 보잉과의 인연은 '하늘'에서부터 시작됐다.

"하늘을 좋아했습니다. 한 때 항공기 조종사와 우주 비행사의 꿈도 있었지만 수학과 과학분야를 '천성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신 '항공기 제작'쪽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죠."

한 연구원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학부(UCLA)와 대학원(USC)에서 모두 '우주 항공학'을 전공했다. 본국 KAIST에서 역시 같은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도 A사를 비롯, 각 항공제작 업체들로부터 '어떻게 알았는지' 스카웃 제의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는 한주현 연구원은 "드림라이너에는 저의 꿈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2008년 드림라이너가 처음으로 실용배치되는 날, 제 꿈도 함께 날겠죠."라고 말했다.

한주현 연구원은 드림 라이너가 무게를 줄임으로써 대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생각보단' 무게 축소폭이 크지 않았다면서 787 이후의 과제는 '가볍게, 더 가볍게'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UCLA에서 만난 부인 이지선씨(30)와 아들 주아(2)와 함께 벨뷰에 거주하는 한 연구원은 "아들도 비행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애틀 지사=이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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