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선주자 6인이 보는 이념판 구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2007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엔 과거 대선보다 훨씬 많은 사람과 세력들이 참여하는 총동원전이 될 것이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권투 같은 개인 경기가 아니라 축구 같은 집단 경기라 할 수 있겠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올해 대선을 이렇게 전망했다.

보수와 진보가 학계.재계.종교계.시민단체 등 동원 가능한 '선수'들을 모두 투입해 '양자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대선 예비 주자 6명에게 '어떤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는가'라고 물어봤다.

그들도 대부분 이념 노선을 기준으로 양자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고건 전 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김근태 현 의장은 모두 '1 대 1 대결'을 예상했다. 보수와 진보 이념 분류 속에 지역.계층.세대 변수가 녹아든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야권의 두 후보(김영삼.김대중)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1987년이나 여당 경선 2위 후보(이인제)가 당을 뛰쳐나가 출마한 97년 대선의 이른바 '다자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보수 vs 진보 총동원=현재 앞서가는 쪽은 한나라당이다.

이 전 시장은 지지율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 그 뒤를 쫓는 사람도 한나라당의 박 전 대표다. 대선 승리 기대가 커진 만큼 '후보 단일화'에 대한 당내 열망도 강하다. 지난해 12월 29일엔 대선 주자들과 당 지도부가 모여 '경선 결과 승복'을 다짐했다. '탈당 후 독자 출마'라는 '97년식 시나리오'는 지워졌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 전 시장 측은 "정권교체 열망이 강해 한나라당에서 이탈하는 사람은 매국노와 반역자로 찍히는 형세"라고 말한다. 박 전 대표 쪽도 "경선이 끝나면 본선을 위해 한나라당이 더 결집할 것"이라고 했다. 손 전 지사 캠프 역시 "후보가 결정되면 경선 참가자들이 함께 도울 것"으로 본다.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한나라당은 범보수 진영 결집과 외연 확대에 주력할 전망이다. '2% 벽'(50만~70만 표 차이로 패배) 앞에서 무릎을 꿇은 지난 두 번의 대선 학습 효과다. 여기에 맞설 여권도 한 명의 후보로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지지율이 처지지만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본격화하면 양상은 급변할 것으로 본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같은 새 인물이 활력을 불어넣고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가 주목받으면 지지율이 급상승해 양쪽이 팽팽해진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단일 후보'를 꺾겠다는 의욕이 강해지면서 분산됐던 여권의 에너지가 하나로 모이는 수순을 밟는다는 것.

김 의장 측은 "개혁에 공감하는 세력의 대결집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전 총리 측은 "야권 후보와 양자대결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이 역사를 발전시킬지의 판단을 구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결국 대선은 여권과 야권이 갈라서서 '중간지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양상이 될 것 같다. 누가 더 이념.지역.계층.세대의 경계를 허무느냐가 관건이다. 양자구도에서는 50% 가까운 득표를 해야 당선이 가능하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은 48.9%였다. 3자 구도로 치러진 97년 대선에서 이긴 김대중 전 대통령은 40.3%를 득표했다.

◆여야 분열의 경우=여야 진영에서 내부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진 않다. 김 의장 측은 "냉전 보수세력이 내.외부로부터 건강한 보수세력의 도전을 받아 (야권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엔 갈등 요인이 상존한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인터넷에서 감정싸움을 벌인 지가 꽤 됐다. 이 전 시장 쪽은 당원.대의원의 선택을 50% 반영하는 현행 경선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해 왔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탈당을 했다 돌아온 전력이 있다. 손 전 지사는 최근 "한나라당이 달라져야 한다"는 비판을 자주한다. 이들 중 한 명이 경선 등록 이전에 당을 떠나 독자 출마를 준비한다면 대선은 다자 구도로 급변한다.

여권에는 '노무현 대통령' 변수가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 범여권 후보 세 명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이 이들과 갈등을 증폭시킬 경우 여권이 갈라질 수 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단단히 벼르는 상황에서 '분열=패배' '연합=승리'라는 대선 공식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경선 참가 후보의 독자 출마를 제도적으로 막은 점도 '제3후보' 등장의 가능성을 작게 한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공직선거법 57조 2항에 따라 경선 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경선에서 지거나 중도 포기할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제3후보'가 되려면 양당 경선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경선 바람'을 타지 못한 후보가 유력 주자로 떠오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픽 크게보기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