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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인간을 포함해서 포유동물의 정자에는 X정자와 Y정자가 반반씩 포함돼있다. 난자가 X정자로 수정하면 여성이,Y정자와 결합하면 남성이 태어나도록 돼있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1983년 동경대와 경응대 등 일본의학교수연구팀은 전기영동법을 이용해서 X정자와 Y정자를 완전 분리시키는데 세계최초로 성공했다.
이 실험의 성공으로 X정자나 Y정자를 선택적으로 성숙한 난자가 기다리고 있는 자궁내에 들여보내 출산될 아이의 성을 자유자재로 결정할 수 있게된 것이다.
양수검사,초음파검사,융모막 세포검사라는게 있다. 태아의 선천적인 유전질환 보유여부를 사전에 진단하기 위해 80년대 들어 개발된 의학기술들이다. 이것이 태아의 성감별에 악용되고 있다. 검사결과 태아의 성이 원하는 것(주로 남성)이 아닐 경우 중절수술로 제거해 버리는 방법이다.
전기영동법에 의한 성의 선택이 자연섭리에 대한 후자는 고의적인 도전행위라면 후자는 고의적인 살인에 의한 남아선호관념의 성취행위다. 성감별에 의해 여아로 판명돼 인공유산을 한 경우가 연간 최소한 2만건은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이러한 인간의 작위적인 태아의 성선택은 전체 인구의 성비의 불균형이라는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지난 82년까지만 해도 여아출생자수 1백명당 남아출생자수가 1백6.9명으로 세계평균수치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83년부터 수치가 높아지기 시작,84년엔 1백8.7명,86년엔 1백12.3명,89년에는 1백13.6명으로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셋째아이의 경우는 1백70.5명,넷째아이는 1백99.1명으로 더욱 극심한 격차를 보인다.
최근들어 한자녀갖기 경향이 일반화되면서 성감별 요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편승하는 의사들의 돈벌이도 꽤나 괜찮다고 들린다.
이 추세대로 가다가는 2000년께는 여자의 절대수 부족으로 장가가기가 힘들어질 것이라 한다. 그뿐인가. 성도덕이 문란해지고 중혼의 풍습마저 생길지 모를 일이다. 자연섭리에 대한 도전의 인과응보라고나 할까. 양날을 가진 칼처럼 과학기술도 잘못쓰면 재앙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또하나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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