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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제작자·평론가 등 33인이 뽑은 2007 영화 기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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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감독과 배우, 매혹의 조합='밀양'은 뚜렷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감독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새로운 만남이 관심의 초점이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죽은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간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문화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창동 감독의 충무로 복귀작인데다, 톱스타 전도연.송강호가 처음으로 함께 출연하며 최근 촬영을 마쳤다. 시나리오 등으로 영화를 미리 접한 응답자들은 특히 전도연에게 큰 기대를 보였다. "전도연의 연기 전환점이 될 것" "'전도연+송강호'도 궁금하지만, '전도연+이창동'이 정말 궁금하다" 등의 의견이다.

허진호 감독, 임수정.황정민 주연의 '행복'에 대한 관심도 초점이 비슷하다. 난봉꾼 생활로 몸이 상한 남자가 요양원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정작 몸이 나은 뒤에는 마음이 달라지는 줄거리다.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처럼 허진호 감독의 장기인 멜로물이다. 또래 여배우 가운데 연기파로 급부상한 임수정에게는 본격적인 '어른 멜로'. 황정민은 '너는 내 운명'의 순정파 이미지와 달리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인 인물로 나온다. 영화인들은 "실망스러웠던 '외출'이후 허진호 감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황정민의 변신이 궁금하다" 등의 표현으로 기대감을 보였다.

코미디 영화 '1번가의 기적'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도 비슷하다. '두사부일체'등 코미디가 장기인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하지원 콤비가 '색즉시공'이후 다시 뭉친 작품이다.

■ 실화의 힘, 임권택의 힘=개봉이 가장 가까운 기대작은 '그놈 목소리'(2월 1일 개봉)다. '죽어도 좋아''너는 내 운명'등 실화를 소재로 대중적 호소력 높은 영화를 만들어온 박진표 감독의 신작이다. 끝내 범인을 잡지못한 채 공소시효를 넘겨버린 1991년 이형호 유괴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설경구가 자신만만한 방송사 앵커이자 자식을 유괴당하고 비탄에 빠지는 아버지로 등장한다."실화를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의 뚝심과 진심이 어떻게 담겼을지 궁금하다"는 의견에 더해 "파렴치범에 대한 공소시효 문제 등 사회적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화려한 휴가'도 실제 사건이 배경이다. 그동안 한국영화가 수사(修辭)적으로 다뤄왔던 '1980년 광주'를 70억원이 넘는 제작비로 규모 있게 그리는 작품이다. "'80년 광주'를 정극으로 다루는 첫 충무로 영화" "이 영화의 성과에 따라 과거 6.25나 남북분단이 그랬던 것처럼 '광주'가 한국영화 소재의 보고가 될 수 있다"는 등의 기대다.

'천년학'은 굳이 이유를 물을 필요가 없었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대개의 감독이 단명하는 충무로에서 임권택 감독은 국가적인 자산"이라거나 "한국영화계 최고 감독과 최고 작가(이청준 원작)가 만났으니 영화적 재미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다.

■ 김지운·송강호를 주목하라=눈에 띄는 점은 김지운 감독의 신작'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4월께나 촬영을 시작해 일러야 연말, 혹은 내년 초 개봉할 작품인데도 기대작 상위권에 들었다. 이른바 '만주 웨스턴', 즉 일제시대 만주를 무대로 한 한국형 서부극이다. 김지운 감독이 다양한 장르마다 빼어난 세공력을 보여왔다는 점, 이제껏 충무로에 없던 새로운 장르영화라는 점에서 "재미있을 것" "정말 궁금하다"는 반응들이다. 현재 시나리오를 마무리하고 있다. 세 명의 남자주인공 가운데 '이상한 놈'으로 송강호가 캐스팅됐다.

배우로는 이처럼 송강호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충무로의 기대작에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3편이나 꼽혔다. '밀양''좋은 놈…'외에 '우아한 세계'다. '우아한 세계'는 조폭이면서도 아이들을 조기유학 보내고, 노후를 걱정하는 이른바'소시민 조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특한 영화다. '연애의 목적'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이미 촬영을 마쳤다.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도 기대작이다. 북한작가 홍석중의 소설이 원작. '텔미썸딩''접속'의 장윤현 감독이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이 밖에 연극연출가로 입지를 굳힌 이상우 감독이 '집단주연'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노근리 사건을 다루는 '작은 연못', 정지우 감독의 시대풍속극 '모던 보이', 강동원이 주연하는 이명세 감독의 신작'M',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이 한국에서 메가폰을 잡은 하드보일드 누아르 '수'도 관심을 모은다.

■ 새로운 발견을 기다린다=요즘 충무로의 위축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일부 응답자는 기대작을 꼽는 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와 달리 눈에 쏙쏙 들어오는 영화가 많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를 뒤집으면, 예상 외의 화제작에 대한 바람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 가운데 한 명씩이 기대작으로 꼽은 작품은 모두 18편. 역시 이름난 감독들의 작품이 많다. 이준익 감독의 첫 멜러'매혹', 김대승 감독의 50대 멜러 '연인'(가제), 박흥식 감독의 무협영화 '협녀', 류승완 감독의 대작공포물 '야차'등이 제작 준비단계임에도 기대작에 꼽혔다. 명성황후와 무사의 사랑을 그리는 '불꽃처럼 나비처럼'(김용균 감독)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홍상수 감독의 신작도 포함됐다.

촬영 중이거나 완료된 작품으로는 정조시대가 배경인 추리물 '방각본 살인사건'(김태균 감독), 옴니버스 공상과학물 '인류멸망 보고서'(김지운.임필성.한재림 감독), 차승원.유해진의 코미디 '이장과 군수'(장규성 감독) 등이 꼽혔다. '말아톤'정윤철 감독의 신작'좋지 아니한가'도 "김혜수의 연기에 큰 기대"라고 추천됐다.

신인 감독의 작품으로는 윤진서 주연의 멜러 '울어도 좋습니까', 문소리.김태우의 멜러 '사과', 임창정.박진희의 분단 소재 코미디 '만남의 광장',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포물 '기담', 조선시대 발명왕의 이야기 '조선 발명공작소'가 각 1명씩 추천을 받았다. 대작 영화로는 심형래 감독의 'D-WAR', 한.미 합작영화로 준비 중인 '크리스마스 카고''줄리아 프로젝트'가 꼽혔다.

영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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