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인이 본 '황금돼지해'의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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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 민간에선 2~3년 전부터 "2007년 황금 돼지해에 태어나는 사람은 생각지 못한 좋은 일이 겹쳐오는 팔자를 갖게 된다"는 속설이 나돌았다. 이 얘기는 지난해 우리나라로 건너왔다. 누가, 어떤 의도로 이 속설을 퍼뜨리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천진기 과장은 "돼지의 의미가 전통적으로 매우 좋긴 하지만 특별히 '황금 돼지해'를 기록한 문헌은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역술전문가들도 이 속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 회장은 "정해(丁亥)년은 뜨거운 불을 뜻하기 때문에 누런색보다는 오히려 붉은색에 가깝다"며 "밝다는 의미가 '황금'으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정해년은 60년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황금 돼지해가 600년마다 온다는 말도 역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역술에선 돼지해인 을해(乙亥).정해(丁亥).기해(己亥).신해(辛亥).계해(癸亥) 중에서 정해년을 제일 좋은 해로 꼽고 있다.

특히 정해년에 태어난 여성들이 운수가 좋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백 회장은 "정해년에 태어난 사람은 인생 후반기에 '맑은 물'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역학에선 '물=여자'이기 때문에 정해년 여성들의 팔자가 좋아 조선시대 중전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많은 사람이 구정인 2월 18일 이후 출산해야 정해년 돼지띠라고 생각하는데 역술에선 설날이 아닌 입춘을 기준으로 해가 바뀐다고 보기 때문에 올해 2월 4일부터 2008년 2월 4일 사이에 태어나면 정해년 돼지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인구학자들은 올해 신생아가 증가할 경우 이는 황금돼지해의 심리적 영향이라기보다 장기간 지속됐던 만혼.저출산이 일시적으로 해소되는 결과로 풀이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프랑스에서도 90년대 중반 결혼.출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람들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일시적으로 결혼과 출산이 증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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