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나눔 일깨운 '아름다운 벼룩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역시 아름다운 가게.

지난 8일과 9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지상 최대 벼룩시장'에 들렀던 시민 20여만명이 2억원이 넘는 물품을 구입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5천여명의 매장 판매자들이 절반가량인 1억여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서울시.로또공익재단과 함께 행사를 연 아름다운 가게 측은 "벼룩시장 일반 참가자들이 수익금 일부를 자발적으로 기부한 액수와 아름다운 가게 부스의 기증품 판매 수익을 집계한 결과 1억여원이 모였다"고 10일 밝혔다.

장난감.게임 CD부터 새장까지 다양한 품목을 가져나온 어린이들과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던 의류와 읽은 지 오래된 책 등을 가져나와 판매한 어른들이 만들어낸 기금이다. 적게는 1천원부터 많게는 수십만원이 고사리손에서 백발 할아버지까지 작은 정성이 모인 것이다. 일반 판매 참가자 대부분은 매출의 10%쯤을 기부한 것으로 추산됐다

가족.이웃과 함께 나와 의류 1백50여벌을 판매한 수익금 42만원을 전부 기부한 민문기(42.서울 송파구 오금동.의류업)씨는 "수익금 전액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이는 게 마음에 든다. 아이들과 함께 돈으로 살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하나은행.현대해운.에버랜드.KTF 등 기업 참가자들은 대부분 수익금을 전액 내놓았다.

임직원들의 기증품을 모으고 회사의 판촉물.기념품 등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가게 코너는 6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벼룩시장에 직접 나와 물건을 판매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기증한 의류.책.CD 등을 5백~2천원에 팔았다.

이번 수익금은 다음달 불우이웃을 선정해 지원한다. 벼룩시장에 참가했던 일반인과 기업 참가자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수혜자를 추천하거나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박원순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는 "이번 벼룩시장을 통해 재활용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자원의 순환과 나눔의 문화가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며 "버려질 물건들이 다시 쓰이는 과정에서 1억원이 모여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는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서울시가 정기적으로 벼룩시장을 열고 대규모 벼룩시장을 개최키로 한 데 이어 충북 충주시도 시내 체육관에서 시민들이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장터를 열기로 하는 등 중고품 재활용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