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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루빈 前재무 "당국자 말 일관성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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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하루 12시간의 근무 계획표를 만들어라. 이와 별도로 퇴근 후 집에서 1시간30분 동안의 독서 시간을 가져라.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만나되 쓸데없이 만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이 1993년 경제수석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켄 두버스타인에게서 들은 조언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강한 달러 정책'으로 미국의 사상 최장기 호황을 이끌었던 루빈의 회고록 '불확실한 세계:월가에서 워싱턴까지 어려운 선택들(In an Uncertain World:Tough Choices from Wall Street to Washington)'의 일부 내용이 10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소개됐다.

이 책은 오는 18일 출간될 예정이다. 루빈은 월가에서 골드먼 삭스 회장을 지내다 93년 클린턴 경제팀에 발탁된 뒤 9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17대 재무장관을 지냈다. 현재 시티그룹 공동회장이다.

루빈은 회고록에서 주의깊게 말할 단어를 고르는 게 정책 당국자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 당국자의)말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말의 내용뿐 아니라 말하는 방식도 정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환율 정책이 가장 민감한 영역이었으며, 달러 관련 발언을 할 때는 매우 신중했다고 전했다. 루빈은 자신이 왜 '강한 달러는 미국의 이해에 부합한다(A strong dollar is in our national interest)'는 말을 주문을 외듯 지루하게 반복했는지를 설명했다.

환율은 경제 기초여건을 반영하는 만큼 강한 달러는 강한 경제를 표상한다는 자신의 신념과 함께 그렇다고 외환시장에 개입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약간의 연막을 치면서" 모호한 어법으로 환율시장을 조정해 왔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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