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수두백신 맞아도 약하게 앓을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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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수두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수두를 앓는 아이들 중에는 수두 백신을 맞은 아이도 적지 않아 의아해 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수두는 어떤 병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수두는 환자의 침이나 직접 접촉으로 전염되는데 주로 어린이 환자에게서 잘 생기며 특히 5~9세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특징적으로 건강한 어린이가 앓을 땐 비교적 증상이 가볍지만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신생아.어른이 앓으면 증상도 심하고 합병증도 흔합니다.

수두는 수두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며, 잠복기는 2~3주입니다. 흔히 식욕이 떨어지고 두통.관절통.권태감 등의 증상이 있은 뒤 다음날부터 크기가 다양한 물집이 나타나기 시작하지요.

물집은 대개 몸통→얼굴→어깨→팔.다리 순으로 퍼집니다. 또 물집 모양도 변해 수포가 하루 지나면 혼탁한 농포로 변했다가 가려워지면서 딱지가 앉습니다. 이때 억지로 떼어내면 파인 흉터가 남습니다.

그러면 수두는 왜 해마다 찬바람 부는 계절에 유행할까요? 첫째로 예방백신을 안 맞은 어린이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수두는 어린이들이 꼭 맞아야 하는 기본 접종이 아닌 데다 가격도 매우 비싸거든요. 따라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30~40%에 이릅니다.

또한 수두 백신도 홍역 백신처럼 접종한 어린이 열 명 중 한 명은 항체가 안 생겨 예방효과를 못 봅니다. 이런 이유로 홍역 백신은 1997년부터 12~15개월, 4~6세 때 등 두 번 접종하지요. 최근 미국에서는 수두 백신도 홍역 백신처럼 두번 맞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두 백신은 항체가 없는 상태에서 일단 환자와 접촉하면 90% 이상 발병할 정도로 감염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아직까지 수두 백신을 안 맞은 어린이는 지금이라도 접종을 받는 게 좋습니다. 특히 수두백신은 환자와 접촉한 경우라 할지라도 3일 이내에 접종하면 예방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백신을 맞았다면 수두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이점이 있습니다.

만일 면역기능이 나빠 수두 백신을 못 맞은 상태에서 수두환자와 접촉했다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해 수두바이러스 이뮤노 글로불린이란 수동적 면역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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