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이번엔 물 건너온 조폭 누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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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마누라3

감독:조진규 출연:수치.이범수 장르:코미디.액션 등급: 15세

20자 평:액션을 키우고 '나와바리'를 넓혔으되 '조폭코미디'란 장점과 한계는 이어진다

돌이켜 보면 '조폭마누라'(2001년)는 당시 퍽 참신한 발상의 영화였다. '넘버3'(1993년)가 보여줬던 조폭의 희화화를 조폭코미디란 장르로 본격화했고, 특히 조폭의 우두머리로 여성을 내세워 통념적인 성 역할을 뒤집었다. 흥행성적은 대단했다. 전국에서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친구'에 이어 그해 2위를 차지했다.

조폭의 득세에 대한 비판도 함께 들끓었지만 이 성과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조폭마누라2'(2003년)는 큰 성공을 못했으나 '두사부일체''가문의 영광' 등이 시리즈를 이어가며 조폭코미디의 흥행 계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 조폭코미디는 비평가들의 호불호를 떠나 국내 관객들이 너무 많이 본 장르가 됐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조폭마누라3'이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는 건 적절해 보인다. 우선 액션을 키웠다. 세력 다툼을 피해 한국에 잠시 피신 온 여주인공 아령(수치.舒淇)을 새로 기용한 것을 필두로, 홍콩 조폭들의 힘을 빌려 전편들보다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다른 배역 역시 크게 물갈이를 했다. 아령이 홍콩의 실력자인 줄 모르고 성의 없이 접대하는 국산조폭 기철(이범수)과 이 사이에서 통역을 담당하는 조선족 아가씨 연희(현영)가 대표적이다.

액션과 함께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축인 코미디는 이들 두 국내배우의 활약이 크다. 특히 현영은 살벌한 조폭들 틈에서 임기응변식 '내맘대로 통역'으로 제대로 된 코미디를 톡톡히 보여준다. 영화 전체로 보면 '전반부는 코미디, 후반부는 액션'이라는 식의 기능적인 결합으로 시리즈의 핵심을 제법 충실하게 재현해낸다.

곰곰이 뜯어 보면 이런 성과는 조폭 코미디들이 곧잘 자아내는 '불쾌한 쾌감'을 아슬아슬하게 봉합한 결과다. 국내 조폭들이 아령 앞에서 남성성을 과시하는 대목이 한 예다. 여성에 대한 구박과 비하가 지나치게 비어져 나온다. 정치적 올바름을 떠나서 극중 사실 소심한 편인 이들 조폭의 성격과 안 맞는 점이 눈에 거슬린다. 반대로 연희가 나중에 호가호위식 통역으로 조폭들을 '갖고 노는' 것 역시 지나치다 싶은 정도가 비슷하다. 코미디가 같은 유형으로 반복되면서 웃음의 강도를 덜하게 만든다. 아령과 기철 사이에 연애 감정이 싹트는 과정도 그 묘사가 상큼하지는 않다. 자동차 추격전 와중에 두 남녀가 운전석에 겹쳐 앉아 민망한 쾌감을 주고받는 장면은 꽤 길게 이어지는 반면 정작 구체적인 감정 변화가 언제 이뤄졌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국산 시리즈물로는 보기 드물게 다국적인 변신을 시도했고, 액션과 코미디가 각각 기본적인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이 영화의 성과다. 기획단계에서 의도한 대로, 내수형 조폭 대신 해외시장 개척에 결실을 거뒀으면 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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