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버릴 곳 마련이 급선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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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의 물과 토양이 각종 쓰레기에 의해 오염되고 있는 현실은 불법방류나 무단투기라는 기업과 국민의 부도덕한 행위와 몰지각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배출된 쓰레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처리체계의 미비와 불완전에도 그 근본원인이 있음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자 한다.
일반쓰레기의 경우 대도시는 그런대로 쓰레기 수거업무가 정상적으로 가동된다고 볼 수 있으나 중소도시와 농촌은 거의 방치된 상태에 있다. 산업폐기물의 경우는 재활용 기술이 없고 처리장의 부족현상이 극심해 기업의 불법처리를 조장하는 형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쓰레기의 94%가 단순한 매립처리에 의존하고 있는가 하면 산업폐기물은 54%가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매립 또는 소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립의 경우 현재의 매립장설비가 대부분 93년쯤이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매립장을 마련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이 매립장 건설에 대한 인근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추진이 보류 또는 취소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때문에 자체처리를 하는 기업이나 전문처리업체가 합법적으로 폐기물처리를 하고 싶어도 처리할 장소가 없어 부득이 불법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행정당국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일은 폐기물 처리시설과 장소의 확보라는 문제다. 제대로 설비를 갖춘 폐기물매립장이 충분히 마련돼야만 유해폐기물을 함부로 버리는 행위를 실제적으로 단속하고 문책할 수 있는 완벽한 명분도 확보되는 것이다.
주민들이 혐오시설인 폐기물매립장이 인근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그 시설로 해서 집값이 떨어지고 환경이 악화되는 등 불이익 때문이다. 이러한 근거있는 반대를 일방적인 법규나 공권력에만 의존해서 제압하려 한다면 보다 큰 부작용이 초래된다는 사실은 지난번 안면도 핵폐기물저장소의 경우에서 이미 체험한 바 있다. 그들에게는 이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보장해 주는등 여론설득 작업이 앞서야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실시되는 지방자치제에 따라 각 자치단위에 이런 문제는 어디서든지 발생할 소지가 있으므로 사전에 관련법규나 제도 정비,보완이 철저히 선행돼야 할 것이다.
페놀오염사건을 계기로 각종 시정방침과 투자계획 등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의 날」 제정과 같은 형식적이고 일시적 여론무마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폐기물매립장 문제 하나라도 현실적으로 해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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