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대권구도 “소용돌이”/정치(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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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밀어붙이는 김 대표… 박 장관 「하차」/「대구합의」 불씨남긴채 잠복/YS견제 “월계수 가지치기”
정치권은 광역의회선거 이후의 차기 집권구도와 직결된 두개의 중요한 흐름을 드러낸 한주일이었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차기집권을 겨냥한 동반자적 경쟁구도의 복원과 이에 반발하고 대비하는 여권내 민정·공화계의 대결구도가 그 한 흐름이다. 또다른 사태는 여권핵심의 차기집권구상의 정리조짐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최근 차기후보를 노려 행보가 빨랐던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이 6일 그의 사조직 월계수회에서 손을 떼 차기 대권경쟁에서 사실상 물러났다는 점이다. 이로써 여권의 대권경쟁은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되어 그것이 어떤 형태로 가시화될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민정·공화계 강력 반발
○…우선 두 김씨는 1일 대구회동에서 물갈이론을 견제·차단하면서 향후정국의 주도권을 양자 중심으로 장악하기 위한 의도에서 내각제 개헌불가·공안통치배격등 5개항에 합의했다.
5개항 합의사항은 겉으로는 별반 문제 삼을 것이 없었다. 의원뇌물외유사건과 수서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정치기능을 정치권이 복원하자는 것과,그 연장에서 불투명한 정치일정을 명확하게 했다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김씨가 합의한 내용이 노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겨냥했다는데 있었다. 김대중총재는 어떻든 야권을 대표해 그런 비판이 가능하지만 김영삼대표는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의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의 민정·공화계는 합의사항중 공안통치배격부분과 광역의회실시시기에 대한 합의를 월권이라고 주장,강력하게 불만을 털어놨다. 여권내 실세들이 김대표의 정국주도를 견제하자는데 목적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청와대측과 민정계측은 공안통치 운운은 대통령의 통치방식에 대한 정면도전행위라고 비판,김대표에게 사과와 해명을 강하게 압박했다.
청와대 및 민정계측과 김대표측은 내부의 격화양상이 광역의회선거를 앞두고 하등 이로울게 없다는 공동의 인식하에 김대표가 3일 당무회의에서 이를 해명 사과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가는데 합의했다.
이어 노대통령과 김대표는 4일 정례회동에서 이 기조에 따라 이 파문을 매듭지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양측간에 불씨를 묻어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노대통령측의 김대표에 대한 불신감이 되살아났고 김대표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국을 주도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후반기 복합 처방
○…여권의 이같은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사태가 박장관의 월계수회 고문직의 사퇴선언이다.
노대통령의 인척으로 민정계 최대계보와 방대한 사조직을 통해 여권 차기후보경쟁에 사실상 나선 것으로 보였던 박장관은 김대표측은 물론 민정계의 타세력과도 끊임없이 마찰과 분란을 빚어 왔다.
노대통령은 지난 3월23일 김복동·금진호씨와 박장관등 인척 3명을 불러 차기집권구도와 관련된 잡음을 내지말도록 강하게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노대통령은 집권후반기의 안정적 통치기반조성에 흠집을 크게 내는 박장관의 2선후퇴 조처를 통해 몇가지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김대표에 대한 영향력의 강화 둘째,민정계의 단합유도 셋째,여권의 차기후보와 관련한 자신의 운신폭확대 등이 그것이다.
박장관문제로 말미암은 민주계측의 불만을 제거함으로써 청와대측은 한결 편하게 김대표의 독주행태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여권내의 향후 흐름은 차기후보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김대표측과 이에 소극적인 민정·공화계간의 물위·물밑의 투쟁이 한층 치열하게 나타날 전망이다.<이수근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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