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의 자성(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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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6개월동안 우리들은 우리사회가 뿌리채 뒤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들을 연이어 겪었다. 국회의원 뇌물외유사건,음대 입시부정사건,수서택지 특혜분양사건,그리고 요즘의 식수오염사건이 그것들이다.
이들 사건들이 그토록 큰 사회적 충격과 분노를 불러 일으켰던 것은 물론 1차적으로는 사건의 성격과 내용자체가 너무도 부도덕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는 신문을 비롯한 언론의 역할도 컸다. 언론의 집요하고 집중적인 보도가 아니었더라면 파문이 그렇게 커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는 언론도 어느 정도의 자부심은 가질만 하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그 결과는 과연 무엇인가. 앞으로는 뇌물외유사건과 같은 정치인들의 추잡한 행위는 더 이상 없을 것인가. 또 앞으로의 음대입시에선 다시는 지난날과 같은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어떤 보장이 있는가. 수서사건의 결과는 어떤가. 이제부터는 정치와 금력의 결탁이 사라질 것인가. 이번 식수오염사건만 해도 앞으로 물만은 걱정을 안해도 좋다는 어떤 보장이 있는가.
이 모든 의문들에 대한 대답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그런데도 어느덧 우리들은 그런 사건들을 마치 먼 옛날의 일인 것처럼 까맣게 잊어가고 있다. 언론들부터가 전혀 그 뒤의 결과에 대해서는 관심을 돌리지 않은채 그저 또 다른 관심거리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7일의 신문의 날을 맞아 이에 대한 반성을 독자들에게 고백하고자 한다.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지나가면 그 뿐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관심거리만 추구하는 언론의 피상적이고 상업적 속성 때문에 문제에 대한 이성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에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 우리들이 겪었던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비리들이어서 어떤 한가지 방안으로,그리고 단 시일안에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면 언론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 나가는가에 대해서도 계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언론으로서는 책임회피의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점들을 적시해 놓았으니 그 해결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문제해결에 성의있는 노력을 하는가를 추적하고 감시하는 것은 언론에 주어진 고유의 책무인 것이다. 문제만 던져놓은채 그 해결의 과정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한다면 어떤 면에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만도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신문주간의 표어는 「자정으로 신뢰를,자율로 책임완수를」이다. 우리는 앞으로 문제의 감정적 제기보다는 그 이성적 해결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다짐함으로써 올해 신문주간 표어가 제기하고 있는 언론의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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