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만화 수입되면 왜색 문화 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3월1일부터 일본 만화를 포함한 외국 만화를 심의하겠다』는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실질적인 일본 만화 수입개방』이라는 만화가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있다.
윤리위원회는 국내 만화만 사전 심의해 왔으나 지난 2월말 문화부의 심의요청을 받아들여 『정식계약으로 수입되는 외국 만화도 심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는 국내에서 범람하고 있는 불법 저속만화를 여과·규제하기 위한 조치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만화가들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물법출판 되는 저속만화를 규제하는데 실효를 거두기보다 오히려 「심의필」이라는 형식으로 일본 만화 수입을 공인하는 실질적인 개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만화가들은 『결과적으로 국내 만화사업의 황폐화와 왜색 문화 범람을 초래한다』며 집단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만화가협회(회장 고우영)는 2일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만화 심포지엄-일본 만화 수입 이대로 좋은가」를 개최해 일본 만화 수입의 해악성, 이에 대한 대책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협회는 또 심포지엄이 끝난 뒤 문화부와 간행물윤리위원회에 심의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참가자들이 공동서명 한 결의문은 『일본 문화의 개방을 견인하는 만화심의결정은 시기상조』라며 『수입개방에 앞서 국민적 여론수렴과 미약한 국내 만화 진흥책을 먼저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은 권영섭 협회부회장이 인사말에서 『일본 만화 수입에 찬성하는 사람이 없어 찬반토론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듯이 간행물윤리위원회· 문학부 성토 분위기일색.
발제자인 인기 만화가 이현세씨는 위원회의 심의결정을 「한일합방각서」에 비유하면서 『모든 대중문화 중에서 가장 늦게 개방되어야 할 것이 만화』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일본 만화가 수입될 경우 국내 만화계가 황폐화될 것임을 예견하고 『이는 심의규제에 허덕여 온 국내 만화계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수준의 일본 만화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심의규제의 폐단을 지적했다.
시사만화가 이희재씨도 발제자로 참가, 일본만화 수입이 초래할 해악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씨는 『일본만화의 침투는 곧 왜색 문화의 범람』이라며 『특히 청소년들이 주체성을 키워가야 할 시기에 외래문화에 넋을 잃어버리는 해악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부는 이 같은 만화가 등의 반발에 대해 1일 『불건전한 일본 복제만화를 강력히 단속하는 한편 만화문학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만화상 제정·만학연구소 설립 등 건전 만화 육성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