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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웃찾사 '띠리띠리' 코너의 김민수&유남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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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난 띠리띠리야, 난 세 살 때부터 웃음을 잃었어."

이 첫마디만 내뱉어도 관객들은 쓰러진다. "지구인의 웃음을 빼앗아버리라"는 명령을 받고 우주에서 왔다는 이들이 사람들의 배꼽을 빼놓으니,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하는 걸까.

SBS-TV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인기 코너 '띠리띠리'에 출연하는 유남석(28)과 김민수(28). 스마일 매니아라는 같은 기획사 소속이며 동갑내기인 이 둘은 옷걸이 하나를 들고 '수맥 찾기' 흉내를 내다 '띠리띠리'라는 코너를 착상하게 됐다고 한다. 김민수는 "저는 좀 정상이었거든요. 근묵자흑이라고, 희한한 생각 많이 하는 남석이 옆에 있다 보니 자꾸 변하네요"라고 말했다. 옆에서 유남석은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며 눈을 게슴츠레 뜨며 웃었다.

'띠리띠리'에는 띠리띠리(유남석 분.큰사진 (右))와 띠띠리 디띠(김민수 분.큰사진 (左))라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띠리띠리는 세 살 때부터 웃음을 잃었다. 쩍 하면 거짓말을 하고, 띠리띠리의 외모를 놀리는 띠띠리 디띠는 자신이 불리하다 싶으면 "난 세 살 때부터 신용을 잃었어"라며 발을 뺀다.

이들이 각각 웃음과 신용을 잃은 데는 슬픈 사연이 있다. 유남석은 독특한 외모 때문에 무대에서 웃어도 비호감이 된다는 지적을 받고 웃음을 잃은 캐릭터가 됐다. 김민수는 실제로 휴대전화 요금을 못내 신용불량이 될 뻔한 위기에 놓여 신용을 잃은 캐릭터가 됐다고 한다.

이들이 내뱉는 "난 세 살 때부터~"는 유행어가 돼, 유남석이 닮았다고 개그 소재가 된 게스트 안문숙이 출연해 "난 세 살 때부터 몸매를 잃었어"라고 말하는 등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에게 모든 사물은 말걸기의 대상이 되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라이터를 들고 나와서는 "이건 라이터가 아니야. 내 여자 친구야. (라이터 불을 켜며) 아쭈, 후끈 달아올랐는데"하는가 하면 뚜껑 열린 생수병을 들고 춤을 추며 물을 한바탕 흘리더니 "어, 내 여자친구 물 올랐는데"라고 말하는 식이다. 또 껌이 친구라더니, 그 껌을 입에 넣자마자 "너 내 친구를 씹어!"라고 소리를 지른다.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그에 객석은 폭소의 도가니가 된다.

처음 이 코너를 대학로 소극장 무대부터 들고 나왔을 때 "도대체 무슨 이야기냐"는 반응만 얻었다. 그러나 "TV를 보다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웃길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자신감으로 기획사 문을 두드렸다는 유남석과 MBC-TV 개그맨 특채로 뽑혔다가 EBS-TV의 어린이 프로그램 '보니하니'에서 연기자로 출연하는 등 우여곡절 많은 세월을 보냈던 김민수는 대차게 밀고 나갔다.

그리고 이 코너가 방송을 탄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띠리띠리'의 마법에 걸린 듯 사람들은 그들의 개그를 이해하고 웃게 됐다. 이들은 "사물을 의인화한 상황을 서로 공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 웃음의 폭발력이 커진다"고 개그 포인트를 밝혔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아요. 숟가락이 여자친구라고 우기는데 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죠. 하지만 저희처럼 며칠 밤을 지새워 가며 고민하다 연결고리를 찾아내면 더 웃길 수 있어요."

둘은 집에도 가지 않는다. 스마일 매니아의 대학로 소극장 한쪽 소파나 무대에 펴놓은 이부자리가 이들의 잠자리다. 둘은 "출퇴근하면 생각할 시간이 없잖아요. 건강을 위해서 딱 29살까지만 이렇게 살래요"라고 능청을 떤다. 어느덧 기획사에서도 셋째.넷째 형님이 됐다는 이들은 "'띠리띠리'를 열심히 만드는 게 제일 큰 일이지만, 새로운 코너도 준비해야 하고 공개 무대에서도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 달라는 주문에 김민수가 "남석이는 의리가 있어요. 또 어린이 팬이 많아요"라고 한마디 하자 유남석은 "민수가 등장하면 여성 관객들이 박수도 쳐주고 인기가 많아요"라고 치켜세워 준다. 그러더니 "이러다 우리 영화도 찍는 것 아닐까. '띠리토비'(텔레토비를 패러디)라고 말이야"라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 이들의 고무공 같은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띠리띠리'의 인터뷰 동영상은(http://www.joins.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홍수현 기자<shinna@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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