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땅값-대도시 주춤 주변은 폭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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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일본 땅값에 큰 변화가 일고있다.
동경을 비롯한 대도시 땅값이 진정, 또는 내림세로 돌아서고 있는 반면 출근거리 2시간 정도의 주변 땅값은 오히려 솟구치고 있다.
대도시의 땅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어차피 샐러리맨들로서는 「그림의 떡」이 된지 오래고 보면 내 집 마련을 위해선 더욱 변두리로 나가야된다는 이야기다.
일본 국토청이 최근 공표한 91년 공시지가 (91년1월1일 시점)에 따르면 일본 전체의 땅값은 1년 새 11·3%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가 10·7%, 상업 용지가 12·9%올라 역시 두자리 수 오름세가 이어졌다.
특히 동경·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이 하락 내지 안정세를 보인 반면 그밖의 지역은 급등세를 보였다.
대지 가격 상승률을 보면 동경권이 6·6%, 대판권은 6·5%가 올랐으며 이를 도·부별로 좁혀보면 동경도는 0·1%, 대판부는 2·1% 상승에 그쳤다.
동경에서 1시간 거리의 천섭현의 경우 작년 이후 부동산 값은 10%이상 떨어졌다. 『20∼30%씩 떨어진 곳도 드물지 않다』는게 지방 부동산 업자들의 얘기다.
동경역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시천대야역 주변의 땅값은 한창 오를 때 평당 2백50만엔 (약 1천3백만원) 하던 것이 요즘은 1백60만엔 안팎으로 떨어졌다.
더욱이 작년 상반기까지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이 지역 부동산 업소를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아예 발길마저 끊겼다.
그러나 동경 도심에서 더 떨어진 곳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동경역에서 북서쪽으로 약 85km 떨어진 군마현 동부에 자리잡은 이세기 시의 경우 재작년 땅값이 20% 오른 데 이어 작년에도 30%이상 뛰었다.
이 지역에서 동경까지는 기차로 2시간40분이 걸린다.
동경도내에서 요즘 팔리는 집은 변두리라도 방 3개에 부엌이 있는 정도면 8천만엔 (약 4억1천만원) 정도 한다. 보통 봉급 생활자 (일본의 대졸 초임은 17만∼18만엔 정도)로서는 어림없는 금액이다.
따라서 제집을 가지려면 동경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세기시에 3년 전 집을 산 한 회사원은 전세를 전전하다 부인과 2명의 자녀를 의해 2시간 이상의 통근과 늦으면 동경내의 캡슐호텔에서 자는 불편을 감수하고 옮겨갔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선 멀리 나가는 외엔 별 도리가 없다.
이같은 수요가 늘면 집 값은 또 오르게 마련이고 여기엔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도 가세한다.
이 지역은 대지 33평 정도의 단독 주택이 3천만엔 정도 한다. 이 정도면 내 집 마련이 그런 대로 가능한데 2년째 50%이상 뛰고 있는 추세로 보아 얼마 안가 상황이 달라질 판이다. 특히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이 많아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2시간 거리에서의 내 집 마련 꿈도 갈수록 멀어진다는 얘기다. 최근 일본 경제 신문은 「통근 2시간도 이젠 한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와 지가세 등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기 위한 각종 정책으로 4·4분기 이후 대도시의 땅값은 눈에 띄게 잡혀가고 있다.
예컨대 동경도의 주택지는 4·4분기에 0·9% 떨어졌고 대판부는 4·9%나 떨어졌다.
그러나 이 정도 떨어진 것으로는 샐러리맨들에게는 아무 의의가 없는 것이고 주변의 땅값만 부추겨 결국은 출근 2시간 거리의 내 집 마련도 먹어져만 가는 셈. 토지 정책에 대한 일본의 무능력을 그냥 넘겨버리기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너무 크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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