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영화 연구 모임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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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달 28일 오디오 문화 공간 시네 클럽 (서울 방배동).
20대 후반∼40대에 이르는 12명의 주부들이 모여 「사일런트 영화의 미학-몽타주 이론의 한계와 포토제닉 사상」 강의에 열심히 귀기울이고 있다.
『무성 영화의 본질은 「영화는 예술」이라는 것을 규명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성 영화는 몽타주에 지나치게 의존해 제작함으로써 형식주의적이라는 한계를 지니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짜 맞추기식이어서 각 커트들이 연결돼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었지요.』
강사 양영철씨 (조감독)의 이론 설명에 이어 소련 에이젠슈타인 감독이 제작한 몽타주기법의 영화 「전함 포템킨」 감상이 시작됐다.
최근 들어 이처럼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소그룹 영화 연구 모임이 잇따라 생겨나 눈길을 모은다. 작년 11월부터 문을 연 시네 클럽의 경우 현재 제2기 주부 회원들이 주1회 6개월 과정의 영화 이야기 강좌에 참여하고 있으며 문화 운동 단체인 「또 하나의 문화」도 동인들이 영상 토론 모임을 구성해 작년 9월부터 계속해오고 있다. 「또 하나의 문화」측은 2월까지의 프로그램을 끝내고 현재 필름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확정되면 4월 중순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6시에 토론 모임을 속개할 예정이다. 또 전·진·상 교육관도 「어머니 영화 교실」을 개설, 4월부터 주2회 (수·목요일 오후 2시) 3개월 과정으로 운영한다.
이들 연구 모임들의 성격도 각기 달라 시네 클럽의 경우 영화의 본질을 파악해 각 개인이 바른 감상을 하자는데 초점을 둔 반면 「또 하나의 문화」는 궁극적으로 좋은 비디오를 가려 제대로 보는 법을 안내하는 소책자를 발간해 건전 비디오 보기 문화 운동을 펴나간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진·상…의 경우 영상 매체를 통해 개인·가족·사회에 대한 자각과 공동체의식을 나누게 한다는데 뜻을 두고 있다.
손영순 전·진·상 교육관장은 『가정과 사회가 바르게 이끌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머니들이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특히 영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삶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어머니 영화 교실을 개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안개 기둥』 감상 후에는 나는 누구인가를,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는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오발탄』 『바보 선언』을 통해서는 60, 80년대의 우리 사회와 이웃에 대해 생각해보게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이들 연구 모임들은 주입식 강의로 진행되는 일반 강좌들과는 달리 참가자들의 자발적 참여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 시네 클럽의 경우 회비 관리까지도 주부들이 직접 도맡고 있을 정도다.
작년 12월부터 시네 클럽 영화 이야기 강좌에 참가하고 있는 최혜숙씨 (40·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우성 아파트)는 『영화가 도대체 어떤 것이어서 내 자신이 빠져들게 되는지 체계적으로 알아보고 싶었다』면서 『문화를 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이런 모임들이 보다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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