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밀려 환경 "낙제점"|환경처 발표 「13국 비교 우리 나라 환경 성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우리 나라는 지난 30년간 외면적 경제 성장에만 치중, 환경 개선 투자를 게을리해 환경부문에서는 경제 규모나 국민 소득 수준에 크게 뒤지고 있다.
최근 환경처가 펴낸 「국내외 환경 지표」 자료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가 왜 이렇게 오염된 공기 속에서 살아야하며 수돗물을 믿을 수 없게 됐는지를 낙제점인 우리의 「환경 성적표」는 말해주고 있다.
◇환경 성적표=우리 나라는 하수 처리율과 쓰레기 발생 용량 등 환경 지표에서 비교 대상인 13개국 (미·일 등 선진 7개국과 대만·태국 등 개도국 6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식수원인 강물을 맑게 하는데 얼마나 투자하고 있느냐를 나타내는 하수처리율은 우리 나라가 비교 대상 국가 중 최하위인 31%를 기록, 연3년째 수돗물 파동의 원인을 밝혀주고 있다.
하수 처리율은 싱가포르가 99%로 가장 높고 영국이 95%, 서독 91%, 미국 73%등이었으며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도 75∼37%를 나타내고 있다. <그림 참조>
이는 그동안 하수·폐수처리장을 건설행정의 일환으로 취급해오면서 도로·철도·댐 등 다른 사회 간접 자본에 비해 투자 우선 순위를 훨씬 뒤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강의 BOD는 3·4PPM (노량진)을 기록, 프랑스의 센강(4·9PPM), 독일의 라인강에 이어 세계 3위의 오염도를 자랑 (?)하게 됐다.
도시의 상수 공급량도 1인당 하루 3백40리터로 중간이하였고 1인당 수자원 이용량도 연간 3백97입방m로 싱가포르에 이어 밑에서 두번째였다.
인구 당 가축 마리 수는 1인당 1·3마리로 가장 적었으나 축산 폐수 처리율이 30%정도에 불과, 가축 수에 비해 수질 오염에의 영향도가 높은 실정이다.
생활 쓰레기 발생 용량은 우리가 하루 1인당 2·2kg으로 비교 국가 중 가장 많았다. 홍콩은 0·8kg, 대만은 1·6kg, 일본이 1kg, 이탈리아가 0·7kg이었고 미국만 2·03kg으로 우리수준에 육박했다.
국토의 단위 면적 당 유해 산업 폐기물 발생 용량도 우리가 평방m당 8·5t으로 미국의 27·3t, 서독의 20·1t에 이어 3위였으며 일본의 2·1t보다 4배 이상 많았다.
◇환경 투자 부진=이같이 낙후된 우리 나라 환경 지표는 근본적으로 인식 부족에 따른 투자 외면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수·폐수처리장 설치, 석유 탈황 시설 설치, 청정 연료인 도시가스 보급 확대, 쓰레기 위생 매립 장소, 쓰레기 소각 공장 등 환경 기초 시설에 대한 투자가 다른 사회 간접 자본에 비해 크게 뒤져왔다.
가령 도로 포장 비율은 68%, 상수도 보급률은 78%인 반면 하수 처리율은 31%에 그치고 있고 6백1곳의 쓰레기 매립장 중 위생 매립지는 네곳뿐인 실정이다.
환경처의 1년 예산은 8백억원 규모로 서울시의 2개 구청 예산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올해 정부 전체 부서의 환경 관련 예산도 2천2백85억원이어서 GNP의 0·13%에 불과하다. 이는 스위스·영국·미국 등의 0·6∼1%에 비해 5분의1∼8분의1 수준이다. 의식 전환과 과감한 투자만이 환경 개선의 지름길임이 분명하다. <김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