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활동서도 새 모습 보여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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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초의회 선거의 좋은 선례 키워야
30년만에 부활된 지자제의 기초의회선거는 새 선거풍토를 어느 정도 확립한 선례를 남겼다는데 우선 안도한다.
이번 선거를 총괄적으로 평하면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과 그로 인한 저조한 투표율이 흠이자 아쉬움으로 남지만 비교적 깨끗한 공명선거였다.
이번 선거의 양태가 앞으로 우리가 키워나가야 할 선거의 본보기 수준에까지 미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관권·금권이 난무해 온갖 과열·타락상을 보였던 역대선거를 경험해온 우리는 그러한 구태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줄어 들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평가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 선례를 확고한 전통으로 뿌리내리고 소중하게 가꾸어 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번 선거에 나타난 긍정적 현상과 아울러 문제점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과열·타락현상의 퇴조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정당배제원칙,선거당국의 엄격한 법집행의지의 표시도 중요 요인이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그 측면에서 기초의회선거만은 정당배제의 원칙을 철저히 담보할 수 있는 법의 개선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한층 주목해야 할 원인은 부정행위에 물들지 않아야겠다는 유권자의 자각과 공명선거를 감시하는 활발한 시민조직의 대두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시민조직은 이번 선거에서 감시기능의 순작용은 크게 했지만 후보자와 유권자들을 연결시켜 관심을 고조시키는 적극적 역할은 법의 제한으로 할 수 없었다. 바로 이 점에서 건전한 시민조직이 앞으로의 선거에서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적 뒷받침이 절실해지는 것이다.
예컨대 시민조직이 선거구내의 마을회관이나 노인정 등 공공적 성격을 띠는 장소에서 후보자들과 공개토론회 등을 집행할 수 있도록 선거법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될 때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잘 알 수 없게된 현행선거법상의 결함이 해소되어 유권자들은 보다 확실한 근거위에서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선거의 두드러진 현상은 돈 덜드는 선거풍토를 우리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선거인플레이션의 악몽이 오히려 「선거 불황현상」으로 반전된 듯한 이번 선거는 집권세력이 법집행을 엄정하게 할 경우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를 명시적으로 방증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점을 특히 되새겨 앞으로도 선거관리의 1차적 임무를 엄정한 법집행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금권선거 배격과 관련해 우리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사랑방 좌담회나 호별방문의 부활 등과 같이 후보자와 유권자를 개별적으로 직접 연결하는 선거운동방법의 허용 등은 고려돼선 안된다고 본다. 그런 방식이 금권선거의 통로로 역대선거에서 이용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도시 중산층의 대거 기권현상은 옥의 티라 아니할 수 없다. 모래알 같은 대도시주민의 성격상 저조한 참여율이 이해 안되는 바도 아니지만 이런 현상에는 제도상 허점도 있었다. 특히 무투표당선지구의 경우 선거공보도 없이 어떤 사람이 당선됐는지 모르게 된 법적 미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법제도 때문에 무투표당선을 노린 후보자간 금품수수에 의한 사퇴소동도 일어났던 것이다.
따라서 무투표당선제도를 없애 정원 입후보지역이라 해도 일정한 유효표의 득표로 당락을 결정짓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원창에서 단 한표차로 낙선한 후보가 『한표도 민의는 민의다』라며 깨끗하게 승복한 예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소중한 선례를 남겼다.
이번에 당선된 의원들은 남다른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지자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사심없이 헌신해야 할 것임을 우리는 당부한다.
우선 지방의회는 중앙정치판의 연장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지방의원들은 새겨야 한다. 내고장의 일을 대화와 타협으로 민의에 따라 처리하는 훈련을 쌓아 나가야 한다. 그것은 중앙무대에서 행해지고 있는 유의 정치와는 전혀 다른 역할이어야 한다.
둘째,그렇기 때문에 명예직인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들처럼 이권 개입 등 사리를 도모하는 일은 결단코 배제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기초의회선거 자체가 남긴 소중한 선례 못지 않게 기초의회가 앞으로 운영되는 행태도 중앙정치무대와는 다른 새 기풍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선거는 시작이다. 의사활동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때 기초의회는 우리의 민주화를 본궤도로 올려 놓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것이 기초의회가 안은 역사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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